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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2011년 9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일러스트레이터 申 智 修동문




 申智修(서양화99 - 04)동문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일러스트레이터·동화작가·만화가·서양화가 등. 미술문화 컨텐츠 전반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녀는 지난 8월 만화계의 신춘문예인 제9회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단편만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申동문은 “갈 길이 멀지만 내년 봄에 도서 `3g'을 프랑스에서 출간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현대 사회에 걸맞는 신개념 예술가로 거듭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은 기성작가와 신인작가가 동등하게 실력을 겨루는 국내 최고의 공모전이다. 단편만화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한 申동문은 상금 5백만원을 받았으며 내년 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참가하게 된다.

 30대 초반, 다양한 이력으로 바빠진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 지난 8월 26일 작업실 근처인 서울 홍대입구의 한 까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순수회화 분야에서 만화라는 장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이번 수상작품 외 그녀의 초기작인 도서 `3g'의 출간 배경에 대해서도 물었다.

 “첫 작품인 책 `3g'은 제가 난소암으로 투병할 때 이야기를 담은 병상일기입니다. 아무래도 큰 병이니 긴 병원생활 중에 삶을 되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때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이 있는 만화라는 포맷에 담게 됐어요.”

 평균 난소 한 개의 무게 3g. 그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무거운 3g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긴 투병시간을 그림과 이야기로 무겁지 않게 소소하고 유쾌하게 일반에 공개했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배우고 도전정신이 생겼다며 건강한 미소를 띄었다.

 “퇴원하고 건강하게 되니 사람에게 시간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깨닫게 됐어요. 예전 같으면 그냥 흘려보낸 생각과 일들을 길지 않은 제 인생에 적극적으로 실현시켜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래서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영국 유학이었어요.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없었는데 가발 쓰고 면접을 보러 가곤 했어요.”

 영국 브라이튼대 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학 석사학위를 받은 申동문은 졸업작품으로 병상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그 그림이 우연히 프랑스 출판사 관계자 눈에 띄어 책 `3g'으로 제작됐고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먼저 빛을 보게 됐다.

 “아무래도 어떤 기관과 계약관계가 되면 데드라인 때문에 긴장해서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고 수상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처음엔 수상금이 필요해서 도전했는데 계속 좋은 성과가 돌아오니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다음에는 또 어떤 상을 받게 될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설레고 그래요.”

 그녀는 우리나라 출판시장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저작권 문제가 분명하지 않아 여러 회사의 제안을 신중하게 고려중 이라고.

 “학교 졸업전시회 때 제 작품이 어떤 분에게 팔렸는데,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그렇게 성과를 거두니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성취감과 보람도 느껴지고 용기와 자신감도 생기고. 순수미술을 한다고 해서 꼭 가난한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또 그때 제 작품을 보고 나중에 개인전시회하면 꼭 연락 달라고 했던 분들도 계셨는데, 그 인연이 닿아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젊은 미술학도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순수학문의 길을 가느냐, 돈을 벌 수 있는 대중성을 키우느냐'의 기로에서 갈등한 그녀는 우리 사회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그래서 출판사의 제안으로 졸업 후 몇몇 동문들과 공동으로 어린이 동화전집에 삽화를 그렸다.

 “심미적 기능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선 예술가의 개념이 과거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죽은 다음에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내게 주어진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면서 부와 명예를 얻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심어줄 수 있죠. 우리 주변에도 선·후배 동문들도 당당하게 예술가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예술가들이 많이 있어요.”

 당당한 도전과 신개념 예술가로의 도약을 꿈꾸는 그녀는 창의적인 기획안으로 2011 경기문화재단에서 추진 중인 우수예술프로젝트지원사업 시각예술 분야에 선정돼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재단의 후원으로 현재 제가 투병했던 고대병원에서 전시를 준비 중에 있어요.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2곳에서 더 전시회를 진행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병원측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수만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인정받은 전시기획안이 일반병원에서 번번이 거절돼 고민 중인 그녀는 병원에 있는 선배 동문에게 SOS를 요청했다.




 “장기적으로 병원에 계신 환자 분이나 가족들에게 병원은 단순히 치료만 받는 곳이 아니라 생활공간 그 자체잖아요. 눈이 행복하면 마음도 행복하고, 병원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는 좋은 공연과 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y Hospital Diary'를 주제로 구성된 그녀의 그림과 만화는 책 `3g'에 실린 작품들의 전시이다. 이미 홍대 앞 까페 제너럴닥터에서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이며 이 전시는 완쾌된 그녀의 희망적인 병상이야기를 통해 환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기회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을텐데, 이제는 제가 직접 발로 뛰고 이곳 저곳 먼저 문을 두드리면서 삶의 자세를 바꾸게 됐어요. 앞으로도 도전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분야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싶어요.”

 `보는 내내 행복한 만화'를 그리는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고 공감하며 지루하고 빡빡한 세상을 이겨나가길 소망해본다. (작품은 www.jisueshi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