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호 2011년 9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다문화 가족 위하는 길

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적 다문화주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유네스코 아태교육원과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 포럼은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의 유입, 국제결혼의 증가 등으로 외국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多文化'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열리고, 그 자리에 내·외국인 학자들과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을 보고 이제 다문화가 정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요 현안으로 떠올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 수 천년동안 `단일민족'이란 의식 속에서 살아 온 한국은 이제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게 변했다. 2010년 1월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1백13만9천2백83명이다. 3D업종 기피에 따라 1990년대부터 입국한 외국인노동자는 2010년 말 56만 명에 이르고, 한국인의 낮은 출산율까지 겹쳐서 2030∼50년에는 1백50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결혼이주여성은 2010년 현재 14만1천6백54명이고, 농촌지역의 혼인신고는 3분의 1이 국제결혼이다. 최근에는 아시아 각 지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단일 색상이던 우리 사회가 총천연색으로 변모하면서 함께 사는 다른 민족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다문화주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것이 됐다. 결혼이주여성이 자녀를 낳아 이뤄지는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도 그들을 우리 사회의 기존 문화에 흡수하는 동화주의(멜팅폿 모델)보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문화를 모두 존중하는 다문화주의(샐러드볼 모델)가 더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崔慶洙 KDI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이런 통념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은 평균적인 학력수준이 내국인 여성보다 낮으며 자녀들의 고등학교 진학률도 내국인보다 훨씬 낮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 총인구의 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다문화 가족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교육에서부터 이들을 내국인과 통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는 다문화 가족 자녀들을 다문화 전문가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초등학교부터 학습을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 가족 자녀들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정말 이들을 위하는 길인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