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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2011년 9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기부가 `관악'을 춤추게 한다



 80대의 한 동문이 지난 2월 서울대 교수나 학생 중 노벨화학상을 수상하는 사람이 나오면 포상금으로 사용해달라며 1억원을 무기명으로 내놓았다. 지난 1월 작고한 소설가 朴婉緖동문의 유족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고인이 남긴 현금 재산 전액 13억원을 인문학 발전을 위한 학술기금으로 기부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창의력의 시대다. 기초과학과 인문학의 바탕 없이는 발전이 벽에 부딪친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듯이, 소프트웨어 뒷받침 없는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경쟁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바로 창의력의 시대다. 일류 인재를 양성하는 글로벌 리더 대학으로서 모교의 수월성 교육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2015년까지 전 세계 30위권 대학 진입을 중간 목표로 설정한 모교는 오는 2014년 7월까지 5천억원을 모금한다는 야심찬 `SNU 챌린지' 캠페인을 펴고 있다. 투자 없이는 인재도 키울 수 없고, 세계 정상급 대학으로 도약할 수도 없다.

 지난해 모교엔 7백8억원의 기부금이 답지했다. 같은 해 고려대(6백76억원), 연세대(6백47억원)에 비해 다소 나은 편이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모교 재학생의 장학금 수혜율은 63.1%이고 1인당 장학금은 연간 2백11만원으로 등록금의 34% 수준이다. 연세대, 고려대 경우 수혜율은 각각 47%, 46.3%이고 장학금은 각각 2백35만원, 2백3만원이며 등록금의 26%, 24% 수준이다. 모교는 연·고대에 비해 장학금 수혜 폭은 다소 나은 편이나 결정적인 차이는 없다. 그러나 학생 1인당 투입된 교육비(2009년)는 모교가 3천3백43만원인데 비해 연대는 2천47만원, 고대는 1천5백84만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 모교가 월등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부를 비롯한 외부로부터 연구 지원 등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모교의 연간 예산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10% 안팎이다. 美예일대처럼 세계 정상의 대학들은 학교운영을 기부금으로 쌓은 대학기금으로 거의 충당한다. 관악산 기슭으로 기부의 바람이 쌩쌩 불 때, 서울대는 비로소 세계 정상급 대학으로 비상하게 될 것이다.

〈李慶衡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