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01호 2011년 8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서울대 일본연구소 창립과 발전과정



 졸업한지 20여 년이 흐른 2004년 8월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필자는 학내의 유일한 일본 관련 교육거점이 있던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사회 분야를 담당했다. 그 해 11월에 일본연구소가 창립돼 운영진의 일원으로서 참여하게 됐다.

 당시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의 창립은 모 일간지에서 사설로 다루었을 만큼 특별한 일종의 `사건'이었다. 사실 일본연구소는 서울대학교 지역종합연구소 이래 10여 년에 걸친 前史가 있다. `일본연구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독자적인 연구기관으로 서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했던 것은 서울대학교에 일본연구소가 존재한다는 것의 상징적 의미가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로 창립 8년째가 되는 일본연구소는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 특히 2008년 11월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HK)'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HK사업은 한국연구재단(옛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세계적인 연구거점의 육성을 목표로 인문학 분야와 해외지역 분야 연구소를 10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인문사회 분야 학술지원으로서는 지원 기간이나 연구비 규모면에서 전례가 없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8년도 HK사업 해외지역연구 분야에 선정됐다. 이후 공채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연구자들 총 11명을 HK교수·연구교수로 맞아들였으며, 14명의 다양한 학과 소속 대학원생들이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의 HK사업 아젠다는 `현대 일본 생활세계 연구의 세계적 거점 구축'이다. 일본연구소는 현대 일본사회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중요한 축으로 하면서도 그 역사적·사상적 맥락에 대한 탐구를 중시한다. 또한 거시적인 흐름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인간의 삶에서 그것이 갖는 의미를 생활세계에 주목해 섬세하게 포착해내고자 한다.

 한편 시의성이 있는 주요 문제에 대한 학술적 대응도 일본연구소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진재가 좋은 사례다. 일본연구소에서는 동일본 대진재 직후부터 `일본의 대진재와 사회변동 연구회'를 운영해왔고, 5월 하순에는 파일럿 스터디팀을 조직해 일본 현지 조사를 다녀왔다. HK 제2단계부터는 특별기획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그간의 연구활동과 학술 교류의 성과는 2009년 3월에 창간된 정기학술지 `일본비평'을 비롯해 `현대일본생활세계총서', `SNU일본연구총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리딩저팬'과 `교양도서' 등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는 독자적인 관점에서 일본연구를 수행해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관한 담론을 선도해나가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10년 이상 실시해온 `일본 사회와 교육자 초청 연수' 같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나 산학협동 프로그램, 그리고 차세대 양성지원 사업 등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활동들도 계속 펼쳐 가고자 한다.

 학부, 석사과정 모두 일본과 접점이 없는 공부를 했던 필자가 모교에 돌아와 일본연구소의 창립과 발전 과정에 동참하게 된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영광스런 일이기도 하다. 일본연구소에 대한 동문 여러분의 관심과 조언, 격려를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