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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2011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서울대와 도쿄대



 서울대 야구부가 도쿄대와의 정기전에서 올해도 패배했다. 그것도 4대 21, 7회 콜드게임이란다. 도쿄대와는 야구경기 말고도 바둑, 검도, 럭비, 라켓볼 등 여러 종목에서 대표팀이나 동아리들 사이에 교환경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야구에서만큼은 맥을 못추고 있다. 올해까지 다섯 차례의 정기전에서 모두 콜드게임으로 졌다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대와 도쿄대는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된다. 국립대학이며 자국에서 서로 대학순위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버젓이 首都의 이름을 전용하고 있기도 하다. 도쿄대가 2004년 법인화가 이뤄졌고, 서울대가 현재 그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학문적인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평가에 있어서는 서울대가 훨씬 뒤쳐져 있다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저마다 뛰어난 수재들이 몰려든다고 하지만 해마다 발표되는 세계대학 랭킹에서의 순위 차이는 뚜렷하다. 아시아권에서만 해도 서울대가 5위권에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쿄대는 거의 1등을 유지한다.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에 있어서 서울대와 국내 연구기관의 학자들이 낸 논문을 모두 합쳐도 도쿄대에 못 미칠 정도라고 한다. 2009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CEO배출 순위에서 서울대가 5위를 차지했다고 좋아했지만, 도쿄대는 역시 이 조사에서도 미국의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젖히고 1등을 차지했던 것이다.

 야구만 해도 그렇다. 체육특기생을 뽑지 않는 것은 같은데도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어째서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가. 일본은 스포츠 프로선수를 꿈꾸는 경우에도 고교에서 거의 똑같이 수업을 받도록 하는 제도부터 다르다지만 그것으로는 어딘지 설명이 모자라다.

 야구 패배에 대한 설명은 될지언정 도쿄대가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하는 동안 서울대는 왜 한 명도 없었느냐는 또 다른 질문에 부딪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도쿄대는 사토 에이사쿠를 비롯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후쿠다 다케오 등 총리도 여러 명 배출했다. 양국의 정치제도가 다르므로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더라도 국내 기업의 CEO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가장 많다고 자랑하는 것과는 분명히 대조를 이룬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변화의 노력이 커다란 차이점이라고 한다. 지금도 도쿄대는 미래를 향한 도전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서울대가 언젠가 한 번은 야구에서 이길지도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