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호 2011년 6월] 문화 꽁트
金載城(영어교육82입)-샌프란시스코치과의원 원장·소설가

한 송이 프라우 마리아(Frau Maria)처럼 은하가 뛰어내린 절벽에 유람선 모양 건축물이 들어선 건 작년 봄이다. 건물 좌우로 고물과 이물이 달리고 둥근 테두리 선박용 창문으로 마감된 그 건물은 멀리서 보면 산꼭대기에 좌초된 백색 유람선처럼 보였다. 어촌 끝까지 진출한 거대 자본주의의 위상이 옥상 위의 삼각돛이 되어 소라읍을 내려보며 펄럭였다. 소라읍은 유람선이 마주보이는 반원 모양의 구릉 아래 자리잡은 삼백여 가구쯤 되는 어촌이다.
나는 그 유람선 꼭대기 층에 치과를 차렸다. 임대료가 상당히 비쌌지만 바다를 내려다보는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무리를 했다. 바다 치과는 진료실과 화장실, 수술실과 침실이 갖춰진 치과 겸 내 주거공간이었다. 이제 개업한지 일 년이 돼간다.
진료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면 목욕가운을 두른 채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인테리어 업자에게 주문해서 만든 천체 망원경 유리 돔이 놓여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 망원경으로 사천육백 광년 떨어진 장미성운을 들여다 볼 때마다 가운데에 뚫린 성운 구멍으로 은하의 얼굴이 나타났다. 은하는 나의 쌍둥이 여동생이었다. 성별은 다르지만 우리는 놀랄 만큼 닮았다. 열 살이 되자 부모님은 은하를 먼 친척집으로 보냈다. 쌍둥이 남매는 함께 살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를 원망했다. 은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부모 몰래 생일날이면 같이 만나 케이크를 잘랐다. 열여덟 살이 되어 함께 촛불을 끄던 날, 은하는 정말 아름다웠다.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자르다 시선이 부딪혔다. 맑고 깨끗한 은하 눈이 촉촉이 젖어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껴안고 키스를 했다.
다음날 새벽 은하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이후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생일 케이크에 열여덟 개의 초만 꽂아둔다. 형제가 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조금도 주저 없이 둘이라고 대답한다. 밤이 되면 은하는 항상 장미성운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나도 은하를 쳐다본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마음에 드는 별자리를 한 번 훑어보고 나면 돔을 나와 옆에 만든 착륙장을 둘러본다. 착륙장은 UFO를 위한 것이다. 떠난 사람들이 나를 다시 찾아왔을 때 실망해서 돌아가게 해서야 되겠는가?
치과 생활은 대체로 만족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간섭할 사람도 없다. 진료를 시작하면 정신 없이 일하고, 하루의 스케줄이 끝나면 욕조에 누워 바다와 별을 바라보며 몽롱한 꿈에 젖는 건 은하가 내 곁을 떠난 후 가진 유일한 행복이다. 그 행복한 꿈을 이룬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뜻대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치과 운영상태가 좋지 못하다. 마을 사람들이 치과에 처박혀 나타나지 않는 내게 이질감을 느꼈는지도 몰랐다. 밤이면 외계인과 대화하고 옥상 UFO 착륙장에서 외계인을 기다린다는 소문도 돌았다. 기본운영도 어려울 정도로 환자가 줄어든다. 의기소침해 원장실에 앉아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났다. 간호사였다.
“원장님, 말씀드릴 게 있어요. 다른 치과에서는 모두 레이저로 환자를 끌어들여요.”
자기 사촌 오빠가 레이저 세일즈를 한다고 했다.
다음날 간호사를 닮은, 기름을 반질반질하게 바른 사내가 나타났다. 넥타이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두 명의 직원들과 스타워즈에 나오는 원통형 로봇, 알투디투처럼 생긴 기계를 밀고 왔다. 그게 빗방울 레이저였다. 마케팅을 위해 30개월 무이자 할부로 레이저 기계를 들여놓았지만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날마다 줄어만 갔다. 마침내 유일한 간호사를 해고하고 욕조에 누워 혼자 로제를 마셨다. 핑크빛 포도주 한 병을 비운 다음 레이저 기계를 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조준점을 밤하늘로 향한 다음 광선을 발사하는 페달을 힘껏 밟았다. 가느다란 레이저 광선이 밤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외계인 환영, 외계인 교정합니다. UFO 착륙장 완비'
레이저 신호를 포착할 능력이 있는 외계인이 그런 문구를 읽었을 것이다. 잠시 후 장미성운에서 깜박이던 빛이 밤하늘에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영어 알파벳이었다.
`장미성운에서 치아를 교정해줄 의사를 찾고 있음. 오늘밤 11시 예약 바람'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밤하늘을 응시하자 혜성처럼 꼬리를 끄는 별 하나가 나타났다. 그 별은 기다란 원통에 창문이 촘촘히 박힌 시가형 UFO였다. 비행물체는 이내 옥상 위의 착륙장에 내려 않았다.
“안녕하세요? 바다치과 원장님. 반중력 장치를 선물로 가져왔어요. 진료를 맡아주신 걸 감사하는 뜻에서.”
UFO 계단을 내려오던 작은 체구의 금발여인이 던진 인사말이었다. 그녀는 작은 리모컨 하나를 내밀었다. 두 개의 버튼이 달린 사각형 리모컨이었다.
치과에 들어서자 그녀가 리모컨을 눌렀다. 그러자 그녀와 내 몸이 바닥에서 떠올랐다. 나는 신이 나서 병원의 한쪽 벽에서 다른 쪽 벽까지 유영했다. 물고기가 어항 벽에 부딪히며 헤엄치는 것과 비슷했다. 그녀는 나를 공중에서 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새처럼 병원 안을 날아다니며 술래잡기를 했다. 유영을 마친 것은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나서였다. 치과 등을 켜서 입안을 들여다보았다.
지구인과 흡사한 외모의 그녀였지만 치아 구조는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32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16개 밖에 없었다. 2대의 앞니는 지구인과 비슷한 모양이었지만 어금니는 양쪽에 하나씩 박혀 있었다. 나머지 이는 들쑥날쑥 제멋대로였다. 그래서 교정을 받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어려운 치료가 아니었다. 어금니를 앵커로 삼아 작은 앞니들을 하나씩 옆으로 이동하면 될 듯싶었다. 얼굴의 프로파일이나 골격도 정상이었다. 지구인이었더라도 쾌재를 불렀을 거저먹기 환자였다.
“어렵지 않아요. 육 개월 정도면 끝날 것 같군요.”
그녀를 위해 속성으로 치아 교정을 끝내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안 돼요! 한 달 안으로 마쳐야해요. 그렇잖으면 우주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어요.”
“우주온난화라고요? 지구온난화는 들어봤지만 우주온난화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다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거대한 유기체입니다. 지구에서 온도가 0.5도 상승하면 장미성운에서는 거대한 기후변화의 재앙이 온답니다. 지구인들의 몰지각한 탄소배출을 막지 않으면 우주전체가 온난화로 멸망하게 됩니다. 우주를 멸망시키지 않으려면 버퍼역할(완충역할)을 하는 아마존 성운을 찾아내어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제 치아를 똑바로 배열하면 아마존 성운이 속한 위치가 제 치열 모양에 나타난답니다.”
나는 우주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치아에 교정 장치를 부착시켰다. 그녀는 재갈물린 암말이 되어 큰 눈만 끔뻑였다. 활처럼 생긴 굵고 둥근 철사를 어금니에 끼워 물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양쪽 고리에 탄력 밴드를 걸어 목 뒤에서 당겨지게 만들었다.
그날 밤 그녀와 나는 치과 천장에서 나란히 잠이 들었다. 반중력 장치로 모처럼 편안하게 천장에 기대어 아침까지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 간호사 가운을 입은 외계인 아가씨가 나타났다. 공중을 떠다니며 물걸레로 천장과 벽을 닦는 그녀는 할로윈의 귀여운 마녀 같았다. 치과에 들어선 애들 서너 명이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나는 의자 위를 날아다니며 환자를 치료하기로 했다. 아가씨는 마포 걸레 위에 앉아 날아다니며 접수를 하고 환자들을 보살폈다. 두 시간쯤 지나자 소라읍 사람들이 대기실로 몰려들었다. 외계인 처녀는 마법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열 명쯤 되는 간호사가 해야 할 일들을 혼자서 해치웠다. 아이들에게 무설탕 사탕을 물려주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재스민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수십 명이나 되는 환자 접수를 끝내는가 하면 소독된 기구를 진료 의자에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한 달이 정신 없이 지나갔다. 교정을 시작한지 한 달째 되던 날 아침, 창 밖으로 기자와 카메라가 몰려들고 있었다. 취재용 사다리차와 헬기들이 치과 건물을 에워쌌다.
“선생님, 제가 방송에 나가면 우주온난화의 위기가 알려질 거예요. 필요 없는 불안과 소동이 일어나기 전에 지금 여길 떠날 수밖에 없어요.”
외계인 아가씨는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낮인데도 은하수가 떠있는 게 보였다. 잠시 후 그녀는 은하수까지 날아오르더니 희미한 별빛으로 변해 사라져버렸다. 혼자 남겨진 내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들여다보니 그건 일기장이었다. 은하가 바다로 뛰어내리던 날 사라졌던 거였다. 나는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
`촛불을 끄면서 입술이 맞닿았어. 오빠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입맞춤은 내 삶의 모든 것을 변하게 했어.'
외계인 처녀가 은하수 속으로 사라진 뒤 한 달이 지났다. 지구는 변함 없는 공전을 하고 있다. 교정은 성공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은하계는 멸망했을 것이다.
그녀가 다녀간 이후 치과는 환자들로 넘쳐난다. 어린이들이 치과에 올 때마다 내게 묻곤 한다. 마법 빗자루를 탄 외계인 간호사가 UFO를 타고 다시 돌아올 거냐고.
나는 거기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별이 된 은하가 나를 찾아왔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