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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2011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李 制 範(산업공학97 - 05)대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가 1천4백만 명(2011년 5월 26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중 80% 이상은 매일 사용하는 적극적 이용자며, 1일 평균 5만5천여 명이 새롭게 가입한다. 현재 2백16개국에서 사용 중인 카카오톡에서 하루에 주고받는 메시지 수는 2억 건에 달한다.

 이 모든 게 카카오톡이 세상에 나온 지 불과 1년여 만에 생긴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의 대박을 터트린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카카오 李制範(산업공학97 - 05)대표는 당당히 “페이스북과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들어오고 나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신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터치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신기한 세상이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시장 점유를 놓고 벌이는 삼성과 애플 사이의 뜨거운 경쟁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과 더해져 신제품 출시를 앞당겼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만 스마트폰 가입자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의 성공은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잘 만들어도 대박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라 많은 기업에서 너도나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도 그중 하나였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카카오에서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전사적으로 스마트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죠.”

 전략적으로 몇 가지 아이디어에 집중을 하기로 하고, 4∼5명으로 구성된 3개의 작은 팀을 꾸렸다. 3개의 팀에서 각각 한 가지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는데 이중 하나가 카카오톡이었다. 예전의 프로젝트에서 고민만 하다가 시기를 놓쳐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지체 없이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고민만 하다 실행하지 않는 것은 벤처 기업에게 죄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왜냐면 시장의 타이밍을 놓쳐버려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잃기 때문이죠. 그때의 경험 이후에 생긴 것이 `4명이 두 달 내 개발'이라는 원칙입니다. 첫 아이디어가 나온 순간부터 그것이 서비스로 개발돼 세상에 나오기까지 두 달을 넘기지 말자는 건데, 지금까지 한 번도 이를 어긴 적이 없어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지난 3년간 조직을 40번도 넘게 개편했다는 그는 사용하기 쉽고 간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카카오톡을 세계적인 수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만들었다. 물론 서비스 이용이 무료라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가입자 수가 2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요즘, 그의 눈은 세계 최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현재 6억5천만 명이 가입했다는, 페이스북 너머를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카카오에는 글로벌 담당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글로벌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는 7월에 일본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하반기에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에요. 어떤 서비스든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죠.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이 지금은 서로 조금 다른 영역의 서비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서로 부딪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로 성공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도전해 나아가려고 합니다.”

 컴퓨터를 좋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李동문은 컴퓨터와 경영을 모두 배울 수 있는 모교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도전하고 모험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큰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면 보람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모교 졸업 후 웹과 모바일을 연동한 인터넷 솔루션 회사를 창업했던 그가 카카오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 것은 2006년 12월 모교 산업공학과 朴鍾憲(산업공학86 - 90)교수로부터 金範洙(산업공학86 - 90 카카오이사회 의장)동문을 소개받고 난 뒤다. 과거 NHN의 사장으로 국내 인터넷 산업의 선두주자였던 金範洙동문은 李동문의 대학시절 롤모델이었다.

 金동문을 만나고 나서 `더 큰 사업을 성공시킬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李동문은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카카오에 합류했다. 현재 카카오에서 金範洙의장은 핵심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이사회를 주재하며 회사의 장기적인 방향을 수립하고, 李制範동문은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전략과 실행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IT업계를 이끌고 가는 주역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10년 후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李동문은 무엇보다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PC에서는 내가 정보를 찾아가는 방식이었다면, 모바일에서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시점에 받아보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거다.

 

 쉽게 말해 지금의 카카오톡은 지인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서비스이지만, 앞으로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업, 제품, 서비스, 상점 등 모든 것과 연결돼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바뀐다는 것이다. 만약 자동차 브랜드인 BMW를 친구로 등록하면 새로운 신차가 출시되거나 프로모션 프로그램이 나올 때 실시간으로 나에게 알려주고, 나는 새로 나온 신차의 정보와 리뷰를 보고 시승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연구하고 있다고.

 그의 대학시절 롤모델이 金範洙의장이었듯이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많은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는 글로벌 진출의 기회가 훨씬 많이 열려 있습니다. 기존의 인터넷 기업들처럼 국내 시장에만 안주한다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벤처인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