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호 2011년 6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金 道 然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 소감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과학기술은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분야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도 과학기술의 힘이고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서도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 과학기술국가로 도약해 국가의 격을 높이고 국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 국과위가 출범한지 두 달 여가 지났습니다. 조직 구성은 마무리됐는지.
“현재 국과위 인력 충원(1백22명)은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다만 일부 주요 직책에는 민간 전문가들을 모셔 오느라 다소 지연되고 있어요. 국장 직위를 민간에 추가 개방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고 법적 절차를 따르다보니 늦어지고 있습니다.”
- 전체 정부연구개발 예산의 67%를 조정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 보이는데.
“예산을 각 부처별로 조율하는 일이 우리의 주요 업무입니다.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를 비롯해 모든 부처가 과학기술 R&D를 하고 있어요. 전체적인 틀에서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조정하는 역할을 국과위가 합니다.
현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표가 R&D 예산투자일 겁니다. 2008년 11조원에서 매년 10% 늘어 올해 15조원이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매년 10%씩 예산을 증액했다는 것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그만큼 인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입니다.”
- 컨트롤 타워의 성격이 강한데, 플래닝 타워를 강조하셨어요.
“컨트롤의 어감이 뭔가 간섭하고 강압적인 느낌이 강해요. 컨트롤 타워는 비행기가 이착륙할때 명령을 내리는 곳이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죠.
계획을 잘 수립해서 먼저 보여주고 그 플랜에 따라 A부처는 이것을 하는 게 좋고 B부처는 저것을 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설득하겠다는 뜻에서 플래닝 타워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기존에는 부처 단위 중심으로 사업을 검토해 왔어요. 이를 기술 분야별로 분류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업을 검토해 예산 배분·조정에 반영토록 할 계획입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5개 기술분야별 전문위원회(거대공공, 녹색자원, 첨단융합, 주력기간, 생명복지)에서 소관 분야의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사·중복 여부, 기대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예산의 배분조정을 실시하게 됩니다. 전문성에 기반해 국가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다른 부처들도 기꺼이 협력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 정부 출연연구소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국과위 출범과 더불어 출연(연) 발전민간위원회에서 출연(연)을 국과위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과 협의가 아직 안 됐습니다. 해당 부처와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 李明博대통령의 과학기술에 대한 의지는 어떤 것 같습니까.
“대통령께서 중요하게 챙기는 분야 중 하나가 과학기술 분야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매년 예산의 10%를 증액시키는 분야는 과학기술 R&D가 유일합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인지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 대통령께서 지침을 주십니까(웃음).
“`내가 명예위원장인데, 잘 알겠지만 회사에서도 명예회장의 권한이 더 세지 않냐'고 말하고 웃으시면서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큰 힘이 됩니다.”
-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으셨는데 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통폐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에서 보면 교육과 과학정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교육과 과학기술은 상당히 접점이 많습니다. 특히 대학 쪽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칠 때 근본 가정은 초·중등 교육은 가능한 빨리 지방교육청으로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이루지 못했죠. 정부에서 못한 점도 있고 우리 국민이 수용하지 않은 면도 있고요.
교육 쪽은 매일 현안이 생겨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반면 과학기술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일이다 보니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위원회가 상설 기구로 재탄생한 것이겠죠.”
- 과학비지니스벨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과학비지니스벨트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역사에서 투자규모나 개념에 있어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과학기술은 주로 경제발전과 연계돼 도구란 인식이 강했죠. 과학기술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이고, 중요한 학문 분야가 아닙니까. 기초 쪽에선 특히 그렇죠. 이제 드디어 기초과학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물론 입지선정 과정에서 정치이슈화되고 지역갈등이 빚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많은 국민들이 과학, 특히 기초과학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가 됐을 것으로 믿습니다.”
- 과학계 내에서도 집중과 선택이 됐으면 하는 불만이 있지 않나요.
“그런 측면이 있죠. 그렇지만 과학이란 게 과학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와 국가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에 대승적으로 이해해서 결정한 것은 따라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시작되는 지금부터 잘 하는 게 중요하죠.”
- 올해 들어 東일본 대지진 등 과학과 결부된 재난재해가 많았습니다. 국과위에서 재난재해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실질적인 구성은 마쳤습니다. 6월 중 국과위 본회의 때 통과돼 발족할 예정입니다.”
- 운영 계획은.
“구제역, 원자력 사고, 인수 공통전염병 등 사고가 난 다음에 수습하는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는 과학기술로 이런 사고를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나, 거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요즘에는 사이버테러 문제도 심각하죠. 과학자들이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 과학기술 분야의 남북교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남북관계는 좋아지고 개선이 되겠죠. 현재 북한에 우수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학생들을 데려와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면 우리도 좋고 북한에도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대학과 연계해 그런 일이 이뤄질 수 있으면 다음 세대를 위해서나 남북 모두를 위해 좋은 일 같습니다.”
-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수준은 어떤가요.
“2010년도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평가에 의하면 국가경쟁력 순위는 세계 23위인데 반해, 과학경쟁력은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이고 기술경쟁력은 18위로 괜찮은 편입니다. 총 연구개발투자예산은 GDP 대비 3.57%로 세계 4위 수준이고요. SCI 논문 게재율도 세계 11위(2009년 기준), 특허건수는 세계 4위입니다. 다만 특허 부분은 기초원천기술보다는 응용·개발 분야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우리의 과학기술 현실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세계 1위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적지 않은 반면, 노벨 과학상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노벨상은 그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재는 척도로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본격적인 투자가 불과 10여 년 밖에 안 돼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과학자들이 많은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 만큼 곧 노벨 과학상 수상자도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 프랑스 르노자동차 연구소와 미국 표준연구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신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면.
“산학연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산학연이 잘 이뤄지게 하는 것도 국과위의 중요 임무입니다. 우리의 경우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따라가야 할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따로 해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두그룹에서 스스로 목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는 힘을 합치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산학연 협력을 넘어서 일체화돼야 합니다. 교수도 외국처럼 연구소나 기업에 가서 일하고 기업에 있던 사람도 학교에 와야 합니다. 지금처럼 학교, 연구소, 기업이 폐쇄돼 있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 오픈마인드가 부족해서 오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 과학기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융합입니다. 이제는 융합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융합을 해야 새로운 시장,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융합의 전제 조건은 개방 정신이죠. 과학기술인이 모두 담을 서로 낮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위원회도 개방과 협력을 촉진하는 정책을 만들고 그런 연구를 지원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 모교로 화제를 돌려보죠. 공대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가야할지 조언해 주시죠.
“공대 학장 시절에도 근본 철학은 개방과 경쟁이었어요. 잘 안 됐지만 학장, 학부장도 밖에서 모셔오자고 했어요. 다이나믹한 체제를 만들고 싶었죠.
세계 명문대학과 경쟁하려면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합니다. 인화, 상부상조하는 것도 좋지만 경쟁이 있어야죠. 경쟁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더 지원해주는 체제가 돼야 발전합니다. 아직도 그렇습니다만, 서울대에서 노벨상 받은 교수를 모셔올 수가 없습니다. 봉급 등의 측면에서 특별히 지원할 수 없으니까요. 평등이 제일 중요한 가치관이 돼 있기 때문인데 이런 점은 좀 빨리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법인화가 되면 나아지겠죠.
“법인화가 돌파구가 될 수 있겠죠. 법인화는 그런 면에서 필히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는 좋은데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구성원들의 문화가 뒤따라가줘야 합니다.”
- 모교 공대와 카이스트를 비교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서울대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니 사실 둘 다 모교이고 애정이 깊죠. 카이스트와의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대 공대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두 학교가 좋은 의미에서 좀 더 많이, 치열한 경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좋은 교수를 스카우트해서 데려가기도 하고 그래야 대한민국 전체가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 이공계 기피현상은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1960∼70년대에 너무 좋은 인재들이 이공계에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시절을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우수인재들이 무조건 의대로 몰리는 게 문제죠. 학생들에게도,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예를 들어 과학기술 정책 한 두 가지나 금전적 지원을 더 해준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과도기를 지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겠죠. 국가 전체적으로 노력할 일인데, 저는 우선 언론계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이공계 기피라는 말은 쓰지 말아 주십시오. 누가 기피하는데 자녀를 보내려 하겠습니까. 이공계 우수 인재 부족이라고 써 주십시오'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언젠가는 자연히 조정이 되겠죠.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인적자원 분배의 왜곡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을 불러와야 하겠죠.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래가면 우리나라 경쟁력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일단 선진국이 된 다음에는 괜찮은데, 진입 과정에서 인재가 빠져나가면 문제가 심각하죠.”
- 울산대 총장을 하시면서 `새로운 대학을 말하다'라는 책을 쓰셨죠.
“제가 쓴 것은 아니고요. 20개 대학 총장들의 글을 모은 책입니다. 대학들이 발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노력들이 전수되질 않아요. 한 일 또 하게 되고 이미 나온 아이디어를 다시 짜내려고 고생하고요. 총장이 뭘 해야 하는지 지침이 되는 책이 있지 않을까 뒤져봤는데, 미국에는 그런 책이 많던데 우리나라에는 없더라고요. 20개 대학 총장님들께 `우리의 노력을남겨두자. 그러면 후에 오는 사람들이 읽고, 또 다른 대학에서 뭘 하는지 서로 알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은 아무 의미없다.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고 편지를 썼어요. 그 마음을 이해한 총장들이 흔쾌히 원고를 보내주셔서 펴낸 책입니다. 책 제목이 더 근사하죠(웃음).”
-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과학자의 철학이랄까 그런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최고의 가치는 정직입니다. 엉터리 논문을 쓰면 후대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죠. `사회가 과학화돼야 된다'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과학은 합리성에 바탕을 둔 것이죠. 과학에 기초를 둔 합리적 사고를 하면 훨씬 정직한 사회가 되지 않겠나 싶어요. 모두가 정직하면 사는 게 편하지 않겠어요. 예측가능하고요. 아이들에게도 정직이 제일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정직하고 성실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육, 연구, 행정 가운데 어떤 게 가장 적성에 맞나요.
“다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 시절엔 그게 최고라 생각하고 임했죠. 그러고 보니까 취임사에도 그런 말을 했는데,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못 뜁니다. 그와 관련된 과학 리포트도 있던데요. 뇌가 거짓말을 믿는답니다. `이건 돼'라고 계속해서 암시하면 스스로 자신감을 갇게돼 거기에 더 헌신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 역대 각료 가운데 최장신 아닐까요.
“그럴 겁니다. 키가 190cm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남성 몇 천명 중 한 명의 확률이랍니다.”
- 지금은 키 큰 사람이 꽤 있지만 위원장님 학창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죠? 농구를 좋아하셨나요.
“당시 학교에서 제가 제일 컸습니다. 우리 때만해도 운동하면 굶는 줄 알아서 운동을 안 했어요. 반면에 대학교 때는 학업에 쫓기던 시절이 아니라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웃음)”
- 동창회에 대한 평소 생각은.
“외국 대학들 보면, 특히 명문대학을 보면 대학발전의 큰 기여를 동문들이 직접 하는 것 같습니다. MIT의 경우 입학사정관의 경우도 동문들이 직접 봉사해주더라고요. 서부에 있는 학생이 지원을 하면 그 지역에 있는 동문에게 가서 면접을 봐라. 그럼 그 동문이 저녁식사를 사주면서 학생을 평가해 리포트를 모교에 제출한다고 해요. 그런 식의 기여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우리도 동문들이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죠. 하지만 아직 사회가 …, 그것도 좀더 여유로워 지면 모교를 위해 여러 측면의 기여를 하지 않을까요.”
〈사진·정리 = 金南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