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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2011년 6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살인등록금'과 `반값등록금'



 1972년 철학과에 입학한 내가 수업료와 기성회비로 낸 등록금은 3만2천원이 아니었던가 싶다. 아마 2011학번 후배가 낸 1학기 등록금이 2백60만원이었다니 39년 만에 등록금은 80배 이상 오른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그 기간에 물가가 80배가 오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과거에도 대학등록금이 싼 것은 아니었다. 시골학생의 경우 소를 팔아 대학등록금을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일부 사학의 경우 우골탑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는 대다수 고교졸업생이 대학에 가는 시대는 아니었다. 대학등록금이 큰 사회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고교졸업생이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된데다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 가계에서 대학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탓인지 학부모와 대학생의 등록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MB정부는 대학등록금에 무심한 듯 했다. 李明博대통령은 대선 당시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지만 당선된 이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고 여당은 야당의 반값등록금 주장에도 포퓰리즘이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내년으로 총선과 대선이 다가왔음인가. 집권당인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당내 친이계 등에서 이견을 제시하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냉소적인 만큼 `반값등록금'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 등이 반값등록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 신주류가 반값등록금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반값등록금'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 `반값등록금'은 실현돼야 마땅하다. 일부에서는 저출산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대학가 구조조정이 절실한데 반값등록금으로 대학포화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론도 제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후진국이 아니다. OECD가입국가이고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안팎으로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다.

 사실 반값등록금이라고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일제히 반값으로 떨어뜨리라는 것은 아니다. 성적이 우수하나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경우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장학금을 확충하고 소득 중하위층의 경우 등록금의 상당액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소액기부금 세액공제'로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도 있겠다.

 여야와 정부가 잘 협의해 반값등록금이 실현돼 녹음이 우거진 대학캠퍼스에 `살인등록금', `미친등록금' 같은 플래카드가 사라졌으면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영재들이 모여들었다는 서울대에 등록금 걱정을 하는 학생이 이제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