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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2004년 7월] 기고 감상평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서울대 폐지론인가

모든 문제 서울대 폐지로 해결?
 보증을 신청해온 한 중소기업을 신용조사하고 오는 길에 원고청탁 전화를 받았다. 마침 다치바나 다케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라는 책을 읽으면서 모교와 비교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차라 졸업생으로서 요즘 사회개혁과 관련된 논의 중 뜨거운 쟁점인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작은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묘한 우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폐지론은 소위 말하는 「1등 대학」 서울대라는 권력기관과 그 「졸업생」들이 대한민국 각 부분에서 핵심지위를 차지해 대한민국이 「서울대 공화국」이 됐으며 이들이 학연을 이용해 새로운 권력을 확대 · 재생산하여 정부 및 사회 각 분야에 「비서울대」출신들이 활약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폐쇄성을 보여왔기에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서울대라는 엘리트권력집단과 국립대학들을 인위적으로 구조 조정하여 대학사회의 학문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사회권력층 진입에 있어서 유연성을 높이자는 논의다.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일부 공감하면서도 모교에 대한 지나친 반감이라 여겨 기분이 좋지 않을텐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논의를 접할 때마다 「한국적 평등주의」라는 개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士農工商의 사회가 외세의 침략으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던 양반들에 대한 민중의 배신감과 李承晩정권, 군사정권을 거쳐오면서 쌓여온 권력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생긴 한국적 평등주의가 낳은 많은 논의 가운데 서울대 폐지론도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사회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이로 인한 학문권력독식이라는 문제점이 있음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권력상징성을 지닌 한 대학 및 그와 유사한 국립대학들을 「제자리 찾아주기」라는 포장을 명분으로 인민재판식 매도를 하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정말 우리가 개선해야 할 것은 소위 돈 안 되는 학문을 무시하는 경향, 무조건 대학은 가야 인간 구실을 한다는 풍조, 취직을 위해 도서관을 찾을 수밖에 없는 무늬만 대학생들과 같은 일그러진 사회 속에 우리 대학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신선한 사회 새내기를 배출하고 거시적 사회 담론을 제시해야 할 대학을 만드는데 국민적 합의를 모으지 못하고 「우상의 파괴」를 통해 파급효과만 기대한다면 너무 쉽고 단순한, 그러나 근본적이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졸업생으로서 서울대 폐지론이 모교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나도 이런 논의가 나오게 하는데 한 몫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서울대 폐지론은 아직까지는 조금은 감정적이고 이를 통해 대중이 원하는 근본적 사회개혁을 끌어내기에는 설익었다. 하지만 모교 선후배들에게 조금은 따끔한 충고를 하는 논의는 분명한 만큼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