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98호 2011년 5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대학은 그 나라의 얼굴



 대학은 그 나라의 얼굴이요 문화와 역사다. 자기는 자기 얼굴을 잘 모른다. 우리 대학의 모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대학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남이 더 잘 알고 우리가 아닌 외국인의 눈에 그 참 모습이 잘 보일지 모른다. 1967년 李用熙교수님의 추천으로 Henry Kissinger교수가 주재하는 3개월간의 Harvard International Seminar에 참가해 미국 대학을 많이 구경했다. 그 후 60년대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하는 IPU(국제의회연맹)의 사무총장회의에도 참석하고, 영국 외무성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도 옥스퍼드대와 런던대학을 가보았다. 물론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2주간 일본 방문 시에도 동경대학을 가보았다.

 그 나라의 이름 있는 대학은 그 나라의 얼굴이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며 더욱이 그 나라의 품격을 나타낸다. 모든 대학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그리고 정치사회적 제도의 존재 구속적인 일면을 갖고 있었다. 미국 대학은 유럽 대학과 다르고 중부 유럽대학도 북유럽대학과 다른 점이 있고, 또 영국 대학과 독일대학이 달랐다. 학생선발, 학비, 그리고 학교수업 등 대학운영방식도 그 나라 역사, 문화 그리고 정치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국립이 좋은 대학도 있고 사립이 좋은 대학도 있다. 영국과 불란서도 세계랭킹이 높은 대학이 있으나 21세기 오늘날 세계에서 유명한 대학은 미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역사는 오래됐으나 비개방적, 통제적 사회에서는 학문업적이 높은 대학이 드문 반면에 개방적이고도 자유로운 정치사회에서는 이름 높은 대학이 많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러한 차원에서 보면 미국에서도 주립대학 보다 역사가 오래된 사립대학이 학문적 업적이 많은 대학으로 발전해 왔다. 또 그러한 대학은 동창회의 역할이 컸으며 유니버시티 프렌드의 공헌이 많았다.

 우리나라 대학도 많이 변하고 발전했다. 서울대는 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에 서울대 공대 趙成埈교수를 따라 오랜만에 관악캠퍼스를 둘러보고 점심을 먹었다. 너무나 변했다. 어찌나 규모가 커지고 연구동 등 시설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지 빈 공간이 없었다. `동숭동시대'에 학교를 다닌 내가 보기에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서울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이라 우리나라의 변화와 더불어 발전을 했으며, 어느 의미에서는 학문적 차원에서 21세기 문명을 주도하는 대학으로 발전과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나 수출역량은 세계에서 10위권을 넘나 보고 있으며, 올림픽의 금메달 수도 그러한 정도까지 갔다. 그런데도 과학 등 학술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한 사람도 없고, 아직 서울대마저도 세계의 대학 순위 중 50위권에도 제대로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서울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우수한 학생을 끌어 모으는데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세계에서 자랑할 수 있는 연구업적을 창조하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밖에서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학 내부에서 혁신의 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나라의 보호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대학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서 대학 내부의 자율성이 보다 높아지고 인사와 운영 면에서 개방성과 경쟁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금 한창 추진 중에 있다. 서울대는 세계에서 명성이 높은 일류대학의 운영시스템을 대폭 도입, 현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서울대의 미래를 위한 개혁은 우리나라 다른 대학의 변화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진운을 위해서도 큰 과제요,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