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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호 2011년 5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슬로시티, 슬로푸드, 슬로피플



 페이스북 신화로 요즘 가장 각광받는 글로벌CEO로 부상한 마크 주커버그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입맛이 썼다. 성공을 위해 배신, 협잡, 소송을 불사하는 과정도 씁쓸했지만 세계 최고대학이라는 하버드대 학생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학부생 때부터 돈벌이에 혈안이 됐는가 하는 점이 더 거슬린 탓이다.

 마크 주커버그를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하버드생들은 하버드를 중퇴하고 세계적인 IT신화를 창조한 빌 게이츠 못지 않은 성공을 좀 더 빨리, 좀 더 어릴때 거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찌들어 있는 듯 보였다. 학생들끼리 아이디어를 훔치고 기업을 조직하며 주식을 배분하고 이익금 분배기준을 문서화하며 총장한테 가서 고자질하고 변호사를 대령해 소송을 일삼는 모습은 숭고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아니라 난전의 시정잡배들만도 못해 보였다.

 최근 만난 한 미국인 학자는 “미국은 끝났다”고 한탄했다. 미국이 `결과적인 성공'만을 최고 가치로 삼는 사회가 되면서 타락했다는 것이다. “주커버그 만이 아니라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CEO,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처럼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배신 협잡 등등 그야말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람들을 성공한 모델로 우러러 보는 사회가 됐다”고 그는 개탄했다. 대통령이 현직에 있으면서 혼외정사를 했음에도 그러려니 넘어가는 순간 미국을 지켜오던 청교도적 도덕률은 붕괴됐다고도 했다.

 보수적인 미국인 학자의 개인적 소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위 인터넷, IT혁명 이후 지난 십여 년간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노학자의 한탄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미국보다 한술 더 뜨는 배금주의, 결과적 성공에 대한 예찬, 비즈니스적 성공 이외의 다른 가치에 대한 상대적 폄하 등 가치관 혼란과 도덕적 타락의 징후들이 적잖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평균 나이를 산출해보면 고작 18세라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20대에 그 많은 걸 이루고자 잠도 못 잘 수밖에 없었겠지만 평균 수명 1백세를 논하며 `오래살아 걱정'이라고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찌보면 시간은 차고 넘친다.

 특히나 학문을 배우고 익히며 폭넓은 교양과 소양을 쌓아야할 대학생들이 왜 이렇게 조급증을 내며 안달복달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슬로시티, 슬로푸드 운동이 한창이다.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긴 안목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슬로피플 운동이라도 벌여야할 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