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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2004년 7월] 기고 감상평

[동문여행체험기] 육순에 배낭메고 일본 일주

朴贊信(66년 商大卒)전북대 교수

 1인당 90만원의 경비로 일주일 동안 일본 4대 도서 일주, 그것도 내일 모레 80세를 바라보는 대선배와 함께 배낭을 메고. 이것이 필자가 지난 5월 8~14일(6박7일) 다녀온 일본 여행이다.  이번 여행의 아이디어는 내가 평소 가깝게 모시는, 일본 여행경험이 30여 차례나 있는 K선배가 내셨고, 이에 비해 몇 차례 단기출장 또는 방문경험은 있지만 일어 구사능력이 없어 일본에 문외한인, 그래서 혼자서는 여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필자가 적극적으로 K선배를 졸라 동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의 여행 방침은 최소의 경비로 보통의 여행자가 찾기 어려운 오지를 여행하고, 특히 27년생인 K선배는 고행 같은 극기여행을 통해 당신의 정신 및 육체의 한계를 재점검하고자 하는 각오가 남다르셨다.  그래서 일본 왕복은 釜關 페리 2등, 일본 국내교통은 JR Pass 7일권을 이용했다. 패스는 그린(특급)과 보통 2종이 있는데 가격차가 9천5백엔 이지만 우리는 야간에 많이 이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보다 안락한 그린 패스를 구입했다.  이번 여행의 키워드는 일본의 철도라고 할 수 있다. 전국에 그물같이 깔려 있는 네트워크, 이용 가능한 출발편수가 매우 많고, 연발과 연착이 거의 없는 시간 엄수, 청결함과 안락함, 친절한 역무원과 승무원의 복무자세 등 이 모든 것이 필자 같은 초심자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우리처럼 패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요금이 가히 살인적인(?) 것이 문제다.  우리는 이번에 큐슈 남단 이부스키(指宿)에서 홋카이도의 최북단 소야 미사키(宗谷岬)까지 일본 4대 도서의 땅을 두루 밟았는데 일자별 주요 여정을 소개한다.  5월 8일:시모노세키(下關)항 도착, 고쿠라(小倉)에서 JR 패스 발급, 신칸센으로 신 오사카-도쿄-하치노헤(八戶)까지 동북진, 일반 열차로 아오모리(靑森)-요시오카(吉岡) 해저터널-삿포로-와카나이(稚內)까지 밤새 북상.  5월 9일:오후 1시 28분 와카나이 도착, 버스로 일본 최북단 소야 미사키 방문, 흐린 날씨 때문에 사할린은 육안으로 관찰 못함. 오후 11시 특급으로 아사히카와(旭川) 향발.  5월 10일:아사히카와를 거쳐 오전 8시 30분 가미카와(上川) 도착, 버스로 소운쿄(層雲峽) 협곡과 눈이 덮인 2천미터 이상의 고산이 연이은 다이세쓰잔(大雪山) 국립공원 관광, 삿포로 경유 오후 4시 46분 시코츠 도야 국립공원의 도야(洞爺) 도착, 활화산인 쇼와신잔(昭和新山) 관광후 민슈쿠(民宿) 온천 1박.  5월 11일:아침 도야 출발, 하꼬다테(函館)-아오모리-아키타(秋田)-니이가타(新瀉)-가나자와(金澤)-교토(京都)까지 낮밤으로 서남행.  5월 12일:이른 새벽 교토 도착, 교토와 나라(奈良) 관광 후 오사카와 오까야마(岡山)에서 환승, 세또 오하시 해상철교를 건너 다카마쓰(高松) 도착, 다시 오까야마와 고쿠라를 거쳐 자정 무렵 미야자끼(宮崎)를 향해 남하.  5월 13일:미야자끼 경유 가고시마(鹿兒島) 도착, 우천으로 사쿠라지마(櫻島) 관광 대신 이부스키 모래찜질 온천, 근래 개통한 큐슈 신칸센으로 신야스시로(新八代)-구마모토(熊本)-하카다(博多)행.  5월 14일:하우스 텐뽀, 후쿠오카 시내 관광, 오후 8시 페리 편으로 부산 향발.  누가 走馬看山이 아니냐고 해도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많은 시간을 철길 위에서 보내야 했기 때문에 깊이 있게 보고 체험하지는 못했다. 「나라」를 떠나면서 호오류우지(法隆寺)를 보지 못하고 가고시마까지 가서 메이지유신의 풍운아 사이고 다카모리의 유적을 찾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었다.  이번 여행을 하고도 필자가 일본 문외한을 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홋카이도의 광활함을 보았고, 이제는 하찌노헤, 아사히가와, 미야자끼가 일본 지도의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  이제 여행경비를 정산해 보자. 우리는 각자 1백만원씩을 갹출, 공동으로 경비를 지출했는데, 출발전 국내에서 JR 패스, 왕복 페리 티켓 구입에 1백11만7천원을 지출하고 남은 원화를 환전한 8만2천엔만을 가지고 일본에 입국했는데 집행결과는 ① 현지교통비 1만1천엔 ② 식음료비 2만8천5백엔 ③ 숙박비 1만2천엔 ④ 기타(입장료, 전화카드 등) 1만2천5백엔, 계 6만4천엔으로 1만8천엔의 잔액을 남겨 결국 1인당 총 여행경비는 약 90만원이었다.  처음 여행방침을 정했던 것처럼 우리가 쓴 경비는 더 이상의 절약이 어려울 정도의 경제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여행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교통비와 숙박비를 효과적으로 절약했다고 생각한다. 일본 국내 6박중 제대로 된 숙박은 1박뿐이었으니까(그것도 온천 민박으로 2식 포함 1인당 4천5백엔으로).  식사는 모든 역구내에서 판매하는 5백~1천엔 수준의 「에끼 벤」과 컵라면 등을 이용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 두 잔의 부드러운 니혼슈(日本酒)나 로컬 비어를 즐기는 여행의 재미도 빠뜨리지 않았다.  길에 나서면 사람들을 만나고 따뜻한 인정을 맛보게 된다. 첫날 고쿠라에서 출발할 때 어떤 역무원이 아오모리에서 접속되는 와카나이행 야간열차가 없다고 말해 숙박문제, 일정차질 등을 걱정하며 밤늦게 아오모리에 도착했는데 자신들의 업무착오였다며 삿포로 경유 와카나이행 승차권을 준비해 우리를 기다린 그 역무원, 소운쿄로 가기 위해 가미가와에 도착해 아침 먹을 곳을 찾는 우리에게 식당들이 열지 않았으니 컵라면을 사오라며 뜨거운 물과 녹차를 대접해 준 역전의 80세가 다돼 보이는 담배가게 할머니. 도야 온천 민박에서 저녁식사 후 서비스라며 자기가 제일 즐긴다는 니혼슈와 직접 채취했다는 죽순, 말린 연어로 우리를 대접해 준 사사끼씨 내외가 생각난다.  대단할 것도 없는 경험이지만 인적교류가 더욱 늘어나고 상호이해가 보다 깊어지면 한일 양국이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으로 여행메모를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