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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호 2011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金蘭都교수



 오랜만에 서점에 들러 책을 보는데 수많은 젊음이 스쳐지나가다 한 마디씩 한다. “이 책 정말 좋대.” 이런 게 입소문일까. 6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2011년 3월 23일 기준)에 오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간한지 두 달 만에 30만부가 팔렸다.

 대체 무엇이 20대 청춘들의 마음을 이다지도 사로잡았을까.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저자인 모교 소비자아동학부 金蘭都(사법82 - 86)교수를 찾았다. 기본 스케줄말고도 연일 이어지는 강연과 인터뷰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밝은 미소로 친절하게 기자를 맞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왜 20대가 이 책에 열광하는지. 그가 웃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는 대체로 `무엇을 하라'는 식의 명령어로 끝나는데, 저는 `그렇지?'라며 공감해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사회는 너무 치열한 경쟁사회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데, 이들은 모든 문제를 자기 잘못으로 돌려요. 소위 말해 내 스펙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아요. 이런 상처에 대한 치유랄까 위로 같은 것을 해주고 싶었어요.”

 확실히 그의 책에는 날서고 강한 어조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한 위로가 있고, 공허한 명언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이 있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학생들을 오랜 기간 가르쳐온 선생으로서, 그는 젊은 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책에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남과의 경쟁에 치여 토익점수를 쌓고, 학점과 싸우며, 대기업 인턴십에 매달리는 지금의 20대들에게 아직 젊기에 지금 다소 뒤처진다고 결코 `루저'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다소 창피하지만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도 거침없이 털어놨다.

 그 역시 흔들리고 방황하는 20대를 보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강력한 권유로 들어온 법대는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자연스레 학과 공부보다는 술과 더 친해졌다. 대학교 4학년이 돼서야 행정관료에 관심을 갖고 행정고시를 치렀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되겠지 싶어 대학원에 진학해 고시를 치렀지만 결과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낙담하다가 고시를 포기하고 교수로 진로를 변경,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쉽게 교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1년 반 동안 시간강사를 하며 모교 교수 채용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차라리 행정고시를 다시 볼까,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그를 힘들게 했다.

 좌절감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모교 소비자아동학부에서 행정학계열로 교수를 뽑는다는 공고가 났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그는 고심 끝에 응시했고,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지금은 강단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그랬지만 강의하시는 교수님을 보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젊었을 때 너희들 못지 않게 방황을 겪었던 나도 어찌하다보니 지금은 교수가 돼 행복하다'는 말을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너희들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요.”

 그의 책상 한켠에는 그에게 상담을 받으려고 전국에서 보낸 편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멀리 해외에서도 이메일이 날아온다니 인기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80%는 대학생과 20대다. 고등학생도 10%정도 되고, 간혹 30대도 보낸다고 한다.

 고민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절절한 사연들이라 최대한 답장을 해주려 노력하지만 일정상 그게 쉽지 않다며 아쉬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일정표에는 거의 모든 날짜에 스케줄이 5∼6개씩 잡혀 있다. 답장은커녕 메일을 전부 읽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보이는데 그는 오히려 “일일이 신속하게 응대해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봇물 터지듯 20대의 고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동안 이들에게 대화하거나 소통할 장이 없었다는 말도 된다. “최근 TV프로그램을 통해 박칼린(대학원08졸)씨나 `위대한 탄생'의 멘토가 인기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여기저기서 멘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위인이 있어서 위인전을 읽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존경할만한 권위와 위인이 사라졌죠. 롤모델을 할 수 있는 위인보다는 나를 지적하고, 나를 토닥여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한 사회인 거죠.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그런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누군가를 상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책의 성공 이후 사람들이 그에게 `저 사람은 모든 답을 다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시선을 보낼 때마다 그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연세대100주년기념관에서 첫 출판 기념 강연회를 하는데 무슨 목사님 부흥회를 하는 줄 알았어요. 몇 천명이 모여 `교수님, 저희를 구원해주세요' 이런 눈빛으로 보는데 제가 무슨 수로 그 젊은이들의 고민을 하나하나 다 해결해 줄 수 있겠어요? 저는 그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뿐인데…. 정말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돼요. 그렇지만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의 계획은 본업으로 트렌드 관련 책을 계속해서 쓰는 것과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외국어판을 내는 것이다. 자신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유학생들에게 사전 조사를 한 결과 “외국인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반응과 “그들은 우리처럼 각박하지 않아서 우리와 같이 폭발적이진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지만 번역이 잘 된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책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군가 내게 과거의 나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만약 스무 살의 나에게 딱 한 번만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청춘의 나에게 이 한마디를 해주고 싶어.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만약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그 시절의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