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10호 2004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강제출국」 반대의 저변

 지난 연말, 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를 방문하여 1백여 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그 성금은 서울대 문리과대학 66학번 졸업생 몇몇이 송년 모임을 가지면서 갹출한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산동네에 있는 이 센터에 성금을 전달하게 된 것은 같은 66학번의 동문이 이곳을 헌신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돈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불법외국인 노동자들의 강제 출국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성금이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조그마한 온정이 되는 것은 좋지만, 자칫 거리에서 강제 출국 반대 농성을 벌이는 사람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어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 센터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는 거리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 그들은 왜 강제 출국을 그토록 반대하며, 단속이 시작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속출하는 것일까.  센터 측의 설명도 듣고, 웹사이트에 들어가 그들의 주장과 수많은 사연들을 읽어 봤다. 우리 나라 중소기업의 필수 산업인력으로 편입된 「이주노동자」 정책을 펼 때는 현재 체류하고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이번 조치는 새로운 노동자를 들여오기 위해 기존 노동자를 내쫓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단기 체류자보다 그 나라 문화에 익숙하고, 기술숙련도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 체류자에게 더 혜택을 주는데 우리는 반대로 적용하고 있다. 기업주에게만 외국인 노동자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점 등은 문제가 많다. 더욱이 정부의 외국인력 대책의 밑바닥에는 단일 민족, 혈통 보존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가 깔려있다고 센터 측은 비판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이트에 올린 상담 사례에는 눈물겨운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인도네시아 여성은 영세한 업체라 화장실과 샤워장이 하나밖에 없어 남성과 함께 사용해야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너 공장에서 나가면 불법 되는 거 알지』라며 협박하고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사회적 약자의 외침에 당국이 실정법을 들어 이들의 주장을 뭉개버릴 것이 아니라, 경청하고 문제를 푸는 자세로 접근하면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에 진정으로 화해하고 갈등을 풀려면 상대방 속으로 들어가서 먼저 살펴보는 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본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