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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호 2010년 1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세종대왕이 인문대 학장에게



 邊昌九학장.

 면식이 없는 학장께 이렇게 편지를 드려 혹시 당황하실까 염려가 됩니다. 지난 8월 인문대 학장을 연임하며 서울대는 물론 우리나라 인문학 발전에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엔 `매일경제신문'에 `매경춘추' 칼럼을 연재했더군요. 한국세익스피어학회 회장 출신답게 맥베스, 리어왕, 템페스트 등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학장께서는 2009년 1학기 미래지도자 인문학과정(IFP:In Futurum Program)을 신설하고, 전임 李泰鎭학장이 앞서 설치한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Ad Fontes Program)을 계승 발전시켜 경제제일주의, 효율지상주의에 밀려난 인문학 재건에 힘쓰고 있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요. 금년 4월 인문대학에서 펴낸 `스무살, 인문학을 만나다'에 국어국문학과 金星奎교수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한글을 만들었다면'이란 글에 내 얘기가 있더군요.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백성을 위한다는 爲民이었다. (중략) 관청의 여자노비에게는 이전에 주던 7일 동안의 출산휴가를 1백일로 늘리고 출산 1개월 전부터 산모의 복무를 면제해주도록 하였으며(`세종실록' 12년 10월) 산모의 남편인 남자종에게도 한 달간의 산후휴가를 주어 산모를 보살피게 하였다.(`세종실록' 16년 4월)”

 邊학장. 나는 인문학의 바탕은 인본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며 남을 자신같이 여기는 마음이 바로 인본주의가 아니겠습니까?

 邊昌九학장.

 최근 서울대에선 법인화와 개교 원년 앞당기는 일로 약간 시끄러웠다지요? 대학사회는 본래 다양한 의견을 통해 토론과 논쟁을 하면서 발전,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문득 2010년 7월 13일자 `매일경제신문'의 `양보와 소신'이란 邊학장 글, 첫 대목이 떠오릅니다.

 “왕관은 기꺼이 양도하겠소. 하지만 마음은 내 것이오. 나의 명예며 권력은 당신이 앗아갈 수 있지만 나의 마음만은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없소. 내 마음은 내 것이니까.”(`리처드 2세', 4막1장)

 무엇보다 법인화 등을 계기로 서울대가 선비정신을 면면히 이어가면서, 세계 최고 학문의 전당으로 인류미래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邊학장, 내년 봄 학기부터 인문대에 일본언어문화과정을 신설해 매년 10명의 학부생을 뽑기로 했다지요? 일본과는 예나 지금이나 숙적관계인 것은 변함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동북아평화와 인류공영에 두 손 맞잡고 나아갈 때가 됐다고 여겨집니다. 먼저 손을 내민 서울대와 邊昌九학장의 지혜와 용기에 경의를 보냅니다. 庚寅年 마무리와 辛卯年 새해설계 잘 하길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훈민정음 반포 564년 10월 25일(음)

 * 이 글은 세종대왕이 서울대 인문대학 邊昌九학장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