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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2004년 7월] 뉴스 본회소식

국립대 공동학위제 등 대학평준화, 무엇이 문제인가?

기회는 균등하게 주되, 능력에 따른 교육해야

본보는 교육의 평준화 정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예측해 보기 위해 해외 유수대학의 교육정책, 엘리트 교육 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지난 호에 소개된 중국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프랑스의 교육정책과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긴급좌담   ② 프랑스의 대학교육

 ●元潤洙(58년 文理大卒)모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
 ●閔東必(71년 文理大卒)모교 물리학부 교수
 ●金侊日(81년 師大卒)조선일보 문화부장, 前파리특파원
 ●사회:朴明珍(69년 文理大卒)모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 회: 모교 鄭雲燦총장께서 월간조선 7월호 인터뷰에서 『서울대 폐지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 「국립대 공동학위제」, 「대학 평준화」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元潤洙:고등교육은 나라의 장래 · 운명과 연결된 것인데, 너무 성급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립대 공동학위제」, 「대학 평준화」라는 것은 잘못된 평등사상에 의해서 나온 것이며, 특히 서울대와 같은 대학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서 서울대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전혀 신중하지 못한 즉흥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閔東必: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서 鄭雲燦총장께서 잘 설명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보면 서울대를 없애서 될 일이 아니고 오히려 비슷한 수준의 대학을 10개쯤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란 1백년 내지 2백년에 걸쳐서 학문의 전통과 토양을 구축해 가는 것인데, 조금 만들어질 만한 토양을 전부 갈아엎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元潤洙:지금 우리는 머리를 평등하게 하는 것보다 기회를 평등하게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교육개혁에 있어서 머리 좋은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균등하게 줄 것인가가 중요과제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기회는 균등하게 주되, 재능이나 능력에 따라서 차별화된 교육을 해야된다는 얘기죠.
金侊日:「서울대 폐지론」은 정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에너지를 얻기 위한 매우 정치적인 구호라고 봅니다. 그동안 정권이 서울대 출신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을 규합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것을 들고 나오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실제적으로 폐지할 것인가와는 상관없이 서울대 폐지론을 들고 나온 자체로써 정치적 에너지를 얻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대략 1~2년 사이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왔고 그런 사이클을 반복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연전에 프랑스의 좌파 시사주간지인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에 「에나(ENA:국립행정학교)를 불태워라」라는 특집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ENA의 지위는 어느 정도 서울대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ENA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에너지를 얻는 데 있어서 「ENA를 불태워라」가 매우 화끈한 구호였던거죠.
 사실 서울대의 주인은 서울대를 건립한 이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서울대의 건립 이데올로기가 이 나라의 최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서울대를 없애겠다는 것은 인재양성을 그만두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죠.

사 회: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프랑스식 대학의 평준화인데, 과연 프랑스에서 대학의 평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또 프랑스에는 어떤 교육 정책, 엘리트 교육시스템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元潤洙:프랑스 고등교육제도는 크게 평준화된 대학 체계와 전문직업학교 개념의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구분됩니다. 프랑스 각 대학의 고유명칭은 1968년부터 사라졌으며, 프랑스혁명의 평등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생긴 그랑제꼴(Grandes Ecoles)은 2백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특유의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습니다.
 그랑제꼴 출신들은 좌파이건 우파이건, 정치적으로는 당을 달리하고 경쟁하지만 국가적인 문제를 다룰 때는 하나로 통일돼 대처하고 있습니다.
金侊日:그랑제꼴이 전국적으로 대락 2백개쯤 된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고등사범학교(Ecoles Normales Superieures)와 에꼴 뽈리테크니크(Ecole Politechnique:이공과대학), 광산학교(Ecole des Mines), 퐁제쇼세(ENPC), 상업학교(HEC), 정치학교(Sciences Po) 등 6개를 우수 그랑제꼴이라고 꼽습니다.
閔東必:1990년대 초반쯤에 프랑스 국회에서 그랑제꼴의 폐지가 논의된 적이 있어요. 사실 그랑제꼴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학교가 고등사범학교와 에꼴 뽈리테크니크입니다. 물론 ENA도 있지만 그것은 그 다음 단계의 학교이고요. 아무튼 국회에서 폐지를 위해 투표까지 할 뻔했지만, 이 두 학교가 국가에 얼마나 공헌했는가에 대한 보고가 있은 후 무마됐어요.
 우리가 이 시점에서 서울대가 지니고 있는 이념을 국가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지도자 양성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 또 서울대가 과연 엘리트 교육을 위한 체제를 갖추고 있느냐에 대한 생각도 해봐야 합니다.
元潤洙:2차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패망의 원인이 잘못된 엘리트 교육이라고 인식하고 드골이 세운 것이 ENA입니다. ENA의 지원자 수는 1천명 정도가 되는데, 이중에서 서류심사로 5백명 정도를 뽑으며 최종 합격자는 연간 50명 정도가 됩니다. 지금은 이 ENA출신들이 정 · 재계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죠.

"「그랑제꼴」 통해 엘리트 교육하고 일반 대학에서 폭넓은 교양인 양성"

金侊日:통계를 보면 ENA졸업생의 85%가 정부 고위관료가 되고, 12%는 주요민간 재벌그룹에서 일하고, 나머지 3%는 정계에서 활약합니다.  특이한 것은 프랑스 중앙정부 조직내에 「ENA졸업생 관리위원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ENA를 졸업한 매우 우수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속칭 「ENA마피아」라고도 하죠.
閔東必:ENA는 고등사범학교와 에꼴 뽈리테크니크보다 더 많은 기회를 주어서 사회지도층을 양성하고자 새로 설립됐는데, 결국은 또 하나의 엘리트그룹으로 성장하게 된거죠.
金侊日:프랑스에서 개각을 하면, 그 개각 명단 아래 우리의 경우 출신 대학별로 통계를 내듯이 프랑스도 ENA출신을 따로 정리해 놓고, 지난 번 내각과의 비교를 합니다. 그러면서 ENA출신이 아닌 사람들의 소외감 등을 얘기하면서 나오는 것이 ENA 폐지론이고, 교육개혁이 전국적인 토론의 테마가 되면 ENA 폐지론은 꼭 한번씩 짚고 넘어가는 거죠.
사 회:지금까지 ENA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프랑스의 그랑제꼴은 기회균등의 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며,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머리 좋은 학생들을 능력에 따라서 차별화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기본 교육이념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군요.
 그리고 가끔 그랑제꼴, 특히 ENA에 대한 공격과 비판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서울대 폐지론이 대두되는 것처럼 상당히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그럼, 그랑제꼴이 엘리트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라고 한다면 일반대학이 지향하는 교육목표는 뭔가요? 어떤 수준의 인재양성을 위한 것인가요?

元潤洙:프랑스 대학교육의 중요한 역할은 일반대학과 그랑제꼴의 통로를 어떻게 만들어서 상호보완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바깔로레아에 합격해야 하는데, 일반대학과 그랑제꼴을 합치면 응시생 수가 1백90만명쯤 됩니다. 그러나 제한된 여건과 많은 학생수로 인해서 끝까지 대학교육을 받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金侊日:바깔로레아는 크게 세 가지 계열로 나눠 일반바깔로레아, 기술바깔로레아, 직업바깔로레아가 있습니다. 또 그 각각의 바깔로레아는 세분화돼 있는데, 가령 일반바깔로레아의 경우는 문학, 과학, 경제학, 사회학 등의 하부구조로 나눠집니다.
 이중에서 일반바깔로레아의 응시생 전부, 기술바깔로레아의 80%, 직업바깔로레아의 17%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깔로레아는 6월에 치르는데, 어떤 계열이든 상관없이 프랑스어, 외국어, 역사, 지리, 수학, 철학이 공통 필수 과목입니다. 모두 치르는데 며칠이 소요되며, 항상 첫째 날에 치르는 철학시험은 출제 문제의 격조 높은 수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그 해에 출제된 철학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며, 국민 전체가 각자 한번씩 생각해보는 문제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서 하루동안에 치르는 우리의 수능시험은 전국의 60만명의 대학입학 후보생들을 1등에서 60만등까지 일렬로 세우는 매우 좋지 못한 기억을 각인시키고 있는 거죠.
閔東必:프랑스의 대학은 각 학교마다 교육방식 등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인 교육과정이 1기 과정(premier cycle), 2기 과정(deuxieme cycle), 3기 과정(troisieme cycle)으로 구성돼 있으며, 과정별로 국가가 증서로 그 자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2년은 1기 과정으로 일종의 교양학부입니다. 학년말 시험에 합격하면 DEUG(일반 교양학부 학위)가 수여되죠. 그 다음 2기 과정은 학사(Licence), 석사(Maitrise)과정으로 각 과정마다 시험을 통과해야 상급 학위과정 등록이 가능합니다. 3기 과정은 DEA(박사예비과정학위)를 획득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그랑제꼴 출신도 박사학위를 위해서는 대학으로 가서 교육을 받게 되지요.

元潤洙:실질적으로 보면 어느 사회에서나 인재가 필요한 양상은 다 비슷할 것입니다. 그 인재를 어떤 방식으로 길러내느냐가 문제인데, 프랑스 교육의 제일 큰 특징은 다양성이라고 봅니다.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더라도 자기가 원하면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문호가 열려져 있다는 거죠.
사 회:그러니까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꼴에는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이 들어가고, 대기만성형의 학생들은 일반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출발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겠군요.
閔東必: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가 필요한 양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소양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프랑스 교육의 특징이 아닌가 싶어요. 대학교육을 통해서 자기의 능력을 스스로 개발한다는 정신이 투철해요. 남이 만들어준 틀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 전공과 상관없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거죠.
사 회:그랑제꼴과 일반대학, 양 기관의 교육기능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얘기해 주시죠.
閔東必:그랑제꼴을 나온 사람들은 자기 전문분야의 전반적인 오버뷰(overview 槪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향후 학문의 발전방향, 또는 기업의 운영에 있어서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제품의 방향에 대한 오버뷰를 갖게 되는 거죠.
 반면에 일반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절대로 오버뷰를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학에서는 일반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해서 특수전문분야로 진출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코스라고 할 수 있죠.
사 회:대학에 들어가서 만들어지는 인재와 그랑제꼴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인재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요.
閔東必: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랑제꼴은 각 분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이죠. 일반 대학은 그야말로 폭넓은 교양 교육을 통해 어느 분야에나 진출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키워주고 동시에 진출하고자 하는 특수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 회:우리 나라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립대학 공동학위제의 경우는 프랑스 대학이 지향하고 있는 시스템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프랑스 대학의 평준화 개념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프랑스 대학들은 개별적으로 지방자치 단체와 유사한 법인으로 독립돼 있고 따라서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바탕위에 국가의 개입으로 대학간에 학생들의 이동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공동학위제의 경우는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획일화된 체계이기에 21세기 교육에서 이상으로 추구하는 자율성, 다양성 등이 말살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들이 있던데요.

"공부 아닌 다른 재주 있는 학생이 자기 능력 발휘하는 교육체제 필요"

金侊日:서울대 폐지론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프랑스 대학은 공짜라는 점입니다. 일부 가톨릭대를 제외하고 전부 무료로 학교를 다니게 국가가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경제학적인 측면을 따졌을 때 그 수혜자들이 아무런 불만이 없다는 거죠.
 서울대 폐지론을 입안하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 나라 교육의 총체적인 볼륨을 최대한 확대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모든 대학들의 수준을 일정하게 맞춰놓으면 새로 바뀐 교육정책․제도에서 우리가 받고 있는 교육이 매우 풍성해졌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정부가 대학간의 수준 차이를 메우기 위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가능할 지는 의문입니다.
元潤洙:서울대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받아들이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이 이 사회에서 하나의 면허증 비슷한 효과를 누려온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부가 아닌 다른 능력과 재주를 가진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공부 잘하는 것으로, 다른 능력이 있는 학생은 그 분야로 진출해서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해줘야죠.
閔東必:저는 교육제도가 사회를 앞서 간다는 것이 참 이상해요. 교육제도는 필요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시대에 맞춰서 조금 늦더라도 잘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무조건 서둘러서 제도를 바꿔놓고 그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해요. Need가 어디에 있는지, 사회가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안돼 있는 거죠. 앞으로 인력공급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어떤 분야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서울대는 어느 부분은 줄이고, 어느 부분은 전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좋겠는데, 단순히 평준화시킴으로써 학벌주의를 없애고 입시지옥에서 학생들을 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교육이 이런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사 회:어떤 이들은 공부하는 능력 이외의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으려면 서울대가 없어져야만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閔東必:예를 들어 서울대가 없다면 연극을 잘 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는데 서울대가 있어서 못 받는다는 주장도 있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Solution을 찾아가는 착상이 잘못된 것 같아요. 이것은 일종의 시기심에 의한 착상이예요.
 그런데 그런 시기심은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Tolerance(관용, 포용력)가 없어서 생기는 거라고 봅니다.
사 회:경쟁의 기준이 다양하면 그런 시기심이 많이 줄어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공부 잘하는 게 경쟁의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으니….
閔東必:그것은 우리 나라 전체적인 산업과 사회의 구조가 그만큼 단순해서 그래요. 공부 잘하고 잘 외우는 학생밖에 고용할 사람이 없었다고요. 그러니까 그런 Need에 의해서 우리의 판단기준이 형성된 거죠. 이제 정말 달라졌으면 합니다. 실제 달라지고 있고요. 예컨대 예술종합학교에서 배출되어 나오는 디자이너가 서울대 출신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사 회:鄭雲燦총장이 주장하듯이 지역할당제를 실시해서 지역 인재들을 다양하게 뽑아 서로 섞어놓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다양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그런 사회적, 산업적 변화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閔東必:그럼요, 대학이 다양성을 바탕으로 인재를 기른다는 것은 참 중요하지요. 원래 대학의 목적이 그거예요. 다양성 있게 전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을 시킨다는 거죠.
元潤洙:그러나 너무 서울대가 모든 것을 다 하려는 것도 잘못이라고 봅니다. 완전히 백화점식으로 되어 있잖아요.

사 회:여러 선생님들 말씀을 들으니 서울대의 개혁은 절실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혁은 필요하지만 서울대를 폐지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金侊日:그런데 말 자체가 가지는 영향력은 서울대 개혁론보다 폐지론이 훨씬 더 강력하죠.
元潤洙:서울대 폐지론자들의 주장 저변에는 서울대의 상징성을 없애버리자는 것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를 우리 사회의 모든 불평등의 상징처럼 간주하고 그 존재를 없애버리자는 것이죠. 지나친 주장이기는 합니다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관련해서 서울대의 책임이 무엇인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閔東必:그런 문제는 개혁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국가전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사 회: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서울대 자체의 개혁 외에 어떤 조치들이 또 필요할까요?
閔東必:그 개혁정신을 국가가 다른 대학으로 확장시켜줘야죠. 그래서 서울대와 같은 곳을 여러 개 만들어야 됩니다.
元潤洙:포항공대, 예술종합학교, 한국과학기술원 같은 곳이 대표인적 예가 될 수 있죠.
사 회:좌담회를 정리하면서 서울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 말씀씩 해주시죠.

金侊日:졸업생 입장으로 보면 최근 대두되는 문제들에 대해 서울대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가만 놔두어도 일과성 이벤트처럼 넘어가리라 보기 때문에 너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元潤洙:어떤 면에서는 서울대가 과거보다 내실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내실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閔東必:서울대가 이제까지 갖고 있던 독점적인 자세에 대한 반성을 했으면 좋겠고, 다른 대학들과 동반자로서 성장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결코 정치적인 논리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정리 = 安興燮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