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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호 2010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여자야구 국가대표 崔 水 晶동문




 스포츠 우먼 전성시대다. 양궁과 골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어느 날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등장하고 최근에는 여자 축구 선수들이 남자가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하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야구 분야까지 활발하게 도전하고 있다.

 崔水晶(물리94 - 98)동문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구력 6년의 崔동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4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했다. 네덜란드전에서는 2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崔동문은 국제야구연맹(IBAF) 산하 여자야구위원회 초대위원으로 우리나라 여자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CD네트워크 IT운영팀장으로 활동 중인 崔동문은 주말이면 여자야구단 `나인빅스' 감독 겸 선수로 변신해 방망이를 휘두른다. 주중에는 밤샘 근무도 마다하지 않지만 주말에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야구를 하러 간다. 입사 면접 때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뭐냐”는 질문에 “주말에는 꼭 야구를 해야 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번 야구월드컵에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출전했다.

 崔동문이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1990년 충남여고 1학년 자율학습 때 라디오 중계를 들으면서부터다.

 “친구들이 음악을 들을 때 저는 야구 중계를 들었어요. 그냥 재미있었어요. 룰을 하나 둘씩 알아가면서 작전도 이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야구장에 직접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야구장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해요. 푸른 잔디와 파란하늘의 조화란!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었죠. 당시 빙그레 이글스의 송진우 선수가 노히트노런도 기록하는 등 최고 전성기였는데, 굴하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배짱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렇게 야구에 빠져들게 된 거죠.”

 대학에 들어와 여자야구 동호회를 찾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 남동생들과 캐치볼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체육 교양수업으로 야구가 있었지만 남자들 틈에서 방해가 될 것 같아 수강하지는 못했다.

 대학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남동생으로부터 여자야구단이 창설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곳에서 6개월 정도 활동을 하다가 2005년 6월 25일 나인빅스를 창단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선수로 불리는 안향미 씨한테 야구의 기초를 배웠다. 야구교실에 등록도 하고 유소년 지도자 세미나도 참석하는 등 일반인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는 곳은 어디든 찾아갔다. 초등학교 야구감독 등 지도자들을 초빙해 훈련 방법도 배우고 일지도 작성하며 야구단의 기초를 다져나갔다.

 경기와 훈련 과정에서 부상도 많았다. 멍은 일상다반사다. 도루하는 선수를 태그하다가 손가락 뼈에 금이 간 적도 있고 배팅한 볼에 코를 맞아 부러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야간경기 도중 볼에 입을 맞아 입술이 터지고 치아 몇 개를 상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심정이 어떨까?

 “처음에는 많이 혼났는데, 요즘은 별로 그렇지 않아요. 이를 다치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괜찮다. 요즘 의학이 발달해서 큰 탈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러시더라고요. 초월하신 듯 해요. 신기한 건 그렇게 다치고도 기어이 목발을 집고라도 야구를 하러 나간다는 거예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여자야구는 엘리트 스포츠로 육성되지 않아 사회인야구단이 전부다. 국가대항전이 있을 경우 사회인야구단에서 선수를 선발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개 여자야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이 팀들끼리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을 결성해 프로야구처럼 매년 리그전을 갖고 있다. 경기 수는 1년에 10∼20회 정도.

 崔동문의 나인빅스(cafe.daum.net/NineVics)팀은 올해 계룡시장기 전국여자야구대회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나인빅스는 경기에 임한 9(Nine)명의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승리(Victory)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현재 회원은 30명 정도. 야구를 사랑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가입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비구입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공, 헬멧, 배트 등의 공동장비 외에도 개인적으로 글러브, 유니폼, 스파이크 등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회비를 제외하고 최소 5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회원 등록 후에도 일정기간의 인턴을 거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석. 훈련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훈련장이 부족하다. 야구부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초·중·고교 운동장은 야구팀에게 개방을 꺼리고 있다. 기물파손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매주 훈련장을 찾아 유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TV프로그램인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구장 건립 홍보에 열을 내는 이유다. 崔동문은 “야구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꿈이 야구장을 짓는 것”이라며 본인도 이 문제를 위해 구체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올림픽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는데, 그것도 막더라고요. 공 차는 것은 허용하면서요. 야구장 관객은 매년 늘어가지만 실제로 이들이 즐길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죠. 서울 인근 땅값이 너무 비싸서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어요. 제가 야구장 고민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웃음)”

 모교 야구장을 빌려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서울대에도 야구동아리가 많아 그 팀들의 일정만으로 주말이 포화상태라 시도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야구장의 문제에 대해 한마디했다.

 “서울대야구부 李光煥감독님을 뵈러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데,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더군요. 여기저기 돌이 튀어 올라 불규칙 바운드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높겠더라고요. 서울대가 야구전문가 양성소인 `베이스볼 아카데미'도 개설한 마당에 야구장도 인조잔디로 새롭게 탈바꿈했으면 좋겠어요.”

 崔동문은 고등학교 시절 물리를 제일 못해서 물리학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못했지만 도전하고픈 매력이 물리에 있었단다. 야구도 마찬가지. 쉽게 되는 것은 재미를 못 느낀다는 崔동문은 “야구가 어렵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했다. 미혼인 崔동문을 사로잡을 남자는 야구를 뛰어넘는 흥미로운 인물이어야 할 것 같다.

〈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