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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호 2010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청문회 斷想



 국무총리나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잇단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느끼는 소회는 개인마다 다를 터이다. 10년 전 청문회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통과의례'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예단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며 그 `위력'이 더해가는 것 같다.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의 아리송했던 행적이 모조리 까발려지거나 도덕성 시비가 일어 낙마하는 사태가 속출하면서 대상자는 물론 임명권자로서도 가장 껄끄럽고 신경 쓰이는 절차가 됐다.

 총리만 해도 2002년 張 裳, 張大煥후보자에 이어, 최근 金台鎬후보자가 망신만 당한 채 물러났고, 이런저런 비리나 의혹이 불거져 중도하차한 장관급들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를 통과했더라도 검증과정에서 떳떳하지 못한 과거가 백일하에 드러나 그동안 멋지게 포장됐던 인생 역정이 초라하게 추락해 옆에서 보는 이조차 허망하고 안쓰러울 정도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 현행 제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청문회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정책능력 검증을 해야 할 청문회 자리가 도덕성 검증을 빗댄 흠집내기 인신공격의 장이 돼버렸다, 그런 식으로 탈탈 털면 남아날 사람 있겠느냐, 사소한 과오를 물고 늘어지는 의원들은 얼마나 깨끗하냐”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끼리끼리 사석에서는, 특히 후보군에 근접했다고 여겨지거나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이른바 힘쓰는 인사들일수록 이런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金台鎬후보자 낙마 후 유력한 총리감들이 지명을 고사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언론보도에 편승해, 이런 주장들은 마치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의연히 맞서는 냉정하고 용기 있는 苦言인양 치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 민심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또다시 나서는지 정말로 `강심장'이다, 혹시나 했지만 이젠 환상을 접었다”는 극단적 실망까지 감추려 하지 않는다. 나만 손해 본 것 같은 박탈감이 너무 큰 탓이리라. 마침 터져 나온 외교부 장관 딸 특혜 채용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특권층의 몰염치와 무한 탐욕, 그리고 오만함. 졸업 후 취업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학생들을 자주 접하기에 `반칙'이 버젓이 행해지는 풍토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와 절망감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무릇 제도에는 장단점이 있다. 정착하기 전까지는 미흡한 점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문제는 본질이다. 일부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더라도 단점을 과장해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한 제도가 자리 잡으면, 설사 그 제도를 만든 사람일지라도 그에 얽매여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족쇄'가 된다. 일부 희생이나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엄격한, 때론 혹독한 검증이 지속돼야 한다. 공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도자가 되려고 하면, 지금부터라도 반칙하지 않고 스스로 몸가짐을 살피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정 사회'를 지향한다면 힘들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고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