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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2010년 9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분단이 가져온 증오와 적대감





 세상 어느 나라를 가보아도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없는 곳은 없다. 좌우의 이념대립, 빈부의 갈등, 지역간 갈등, 세대간 갈등 등 다양한 인격체가 모여 사는 사회에는 갈등과 대립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이는 사회의 화합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발전의 동력이기도 하다. 전체주의, 군국주의 국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러한 사회적 다양성은 너무도 당연한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에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확연한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증오감과 적대감이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 속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건 대립을 하게 되면 진지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려는 노력보다는 증오의 발톱과 적대감의 이빨을 드러내고 서로 헐뜯고 물어 죽일 듯 싸움부터 벌인다. 국회는 전쟁터에 다름 아니고, 시위장 또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기 일쑤인 싸움터이다. 대화와 타협보다 오직 필살의 의지로 똘똘 뭉친 독기만 뿜어져 나올 뿐이다. 이러니 서로 다른 이념과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만나면 대화는 없고 목청을 돋군 獨白들의 불협화음만이 듣는 이를 괴롭힌다. 이른바 선진국 정치인들처럼 그렇게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중에도 유머가 있고 여유있는 모습들은 아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原罪는 아무래도 한반도의 분단현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6ㆍ25때 한민족끼리 타민족에게 하는 것보다 더 치열하고 잔인하게 죽고 죽인 舊怨의 앙금이 통일이 되기 전에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고, 아직도 서로 총구를 겨누고 상대의 생명을 노리고 있으며, 천안함 폭침처럼 느닷없이 뒷통수를 갈기고 도망치는 主敵이 우리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한 우리 가슴 속에 깊이 문신된 증오와 적대감은 통일, 아니면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가 완전히 보장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南南갈등과 그 속의 적대감과 증오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답게 복잡하고 기묘한 이념적 스펙트럼 속이다. 세계의 보편적인 진보가 주장하는 개방과 글로벌화를 우리나라 좌파는 극렬히 반대한다. 다문화, 문호개방에 세계의 보편적인 보수가 부정적인데 비해 우리나라 보수는 오히려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우리의 이념풍토는 뒤죽박죽이고 보편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좌파는 從北좌파, 진보좌파, 수구좌파 등으로 갈라져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념적 성향이 다양하게 나뉘는 것은 민주사회의 특징이고, 대한민국이 국민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는 증거이지만, 문제는 각 단층사이에 켜켜이 쌓인 증오과 적대감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국가발전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증오와 적대감을 하루속히 둔화시키고 방출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무리 국민화합, 사회통합을 외쳐 보아야 허공 속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남북간의 관계에 열쇠가 있는 것 같다. 당장 바라기는 어렵지만, 남북통일이 되든, 金正日정권이 무너져 金씨 왕조의 충성된 남쪽 신하(?)들의 맥이 풀려 버리든, 아니면 극적인 계기로 남북이 화해의 손을 잡아야 우리 사회의 증오와 적대감이 해소되는 실마리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지역갈등, 빈부갈등, 세대갈등 등 여러 사회갈등 속의 증오와 적대감의 농도도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