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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호 2010년 9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秋高塞馬肥




 요새 고3 수험생 그리고 학부모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는 TV프로그램은 한 케이블 채널의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80일'로 상징되는 최단 기간에 수능 고득점 방법을 알려준다는 이 프로는 수능 각 영역의 스타 강사 1백60명이 모여서 6개월간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 특수 학습비법인 '단천비급'을 전면에 내세워 성적향상에 목말라 있는 수험생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예컨대 외국어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한 강사의 비법은 이렇다. 사교육비 절감의 방안 중 하나로 교육당국이 외국어영역 독해부문의 지문 70%를 EBS교재 안에서 출제하기로 한 것에 착안해 李모 강사가 내세운 비법은 'A4 9장'의 마술. A4 용지 9쪽에 꽉 채운 1천8백개의 키워드를 달달 외운 뒤 그에 해당하는 원문의 해석을 보고 그 다음 원문의 첫 문장만 외우면 키워드와 관련지어 쉽게 정답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비용의 사교육 시장에서 소외 될 수밖에 없었을 '강남' 밖의 학생들에게는 좋은 입시정보로 받아들여질 것이 틀림없는 이 번뜩이는 '기교'에 반가움보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70년대 중반에도 소수이지만 지금의 강남 족집게 강사에 못지 않은 명성과 부를 함께 누린 스타 강사들이 있었고 이들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한 과외그룹이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꿈도 못 꾸는 대다수 학생들은 학원 단과반을 찾거나 자습실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를 했고 노력에 따라 목표하는 대학에 훌륭히 진학할 수 있었다. 교과과정도 달라졌고, 교육환경도 달라진 마당에 30∼40년 전 얘기가 마뜩치 않으실 수도 있겠다. 세칭 일류대학 진학이 평생의 가장 중요한 스펙이 되는 현실에 수단이 어찌됐든 큰 문제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다.

 수능시험은 현실적으로 고등학교 3년 교육의 틀을 형성하는 기초라 할진 데 최단 기간에 고도의 기술과 비법으로도 고득점이 가능한 수능시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면 시급히 뜯어 고쳐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 꼭 배워야할 컨텐츠는 뒤로 미루고 고도의 테크닉만으로 인생의 큰 고비를 통과할 수 있다면 사실은 그 후유증, 시험 이후의 인생이 걱정되는 까닭이다.

 秋高塞馬肥. 盛唐시대 대시인 杜甫의 조부 杜審言이 변방에 파견 가있는 절친의 귀환을 바라며 지은 시의 한 대목인데 당군의 승리를 가을날에 비유한 것이다.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하는 뜻의 이 구절은 낫살이 좀 든 이즈음에 대단히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흔히 天高馬肥로 쓰이는 이 표현은 독서를 권할 때 함께 인용되기도 한다. 선선한 바람 불어오는 호시절을 맞아 비록 한걸음 한걸음 가는 더딘 길이긴 하지만 '책 속의 길'을 찾아 지식과 지혜를 살찌우는 것이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 보다는 더 고상하고 현명한 길이라는 점을 입시를 목전에 두기 전 가급적 이른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것이 부모로서 꼭 해야 할 일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