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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호 2010년 8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베트남동창회를 결성하고…"



하노이공항을 나서자마자 훅하는 열기가 감쌌다. 7월 베트남의 더위를 실감하면서도 마음은 "이제 드디어 글로벌 네트워크의 첫 열매를 맺는구나"하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울대는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학생들이 들어오게 돼 외국인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래서 학생처에서는 이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도록 2007년 외국인학생회를 창설해 공식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런데 아시아 출신 외국인 학생들과 가깝게 교류를 하다보니 이들이 졸업한 후에도 서울대 동문으로 서로 연락하며 도움을 주는 시기가 이르렀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2009년 초부터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을 조사하기 시작해 6개월에 걸쳐서 7백여 명의 졸업생 이메일 주소를 파악하고 국가별로 분류해, 가장 진척이 빠른 베트남에서 첫 동창회를 결성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은 하노이와 호치민에 동문들이 주로 거주해서 당시 학생처장인 필자와 직원이 이 두 도시를 각각 방문해 동창회를 결성하게 됐다.

첫 방문지인 하노이에서 베트남동문 29명과 베트남 외교부와 한국대사관에서 온 공사와 참사들이 참석해 조촐한 동창회를 가졌다.

참석한 베트남동문들은 주로 정부 관료나 대학교수들로, 앞으로 베트남을 이끌어 갈 인재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들도 이런 모임을 만들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미뤄왔는데 이번에 모교에서 동창회를 주선해주니 너무나 고맙다고 필자의 손을 꼭 잡았다.

필자는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정을 느끼며 그들을 안아주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도 진정한 서울대 동문으로 자부심을 갖고 서울대를 넘어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친선과 우의를 다지는 첨병의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며 여러분의 모교도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노라고 격려해주었다. 또한 베트남 외교부의 한국담당서기관이 동문으로 참석해 한국대사관의 공사가 "진작 알았더라면 일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하며 좋아해서 지켜보는 필자도 무척 흐뭇했다.

하노이에서 결성식을 마치고 호치민으로 출발했다. 호치민에는 동포 8만여 명과 우리 기업이 무려 1천4백여 개나 있어서 한국어가 무척 중요한 언어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참석한 14명의 베트남동문 중에는 호치민대 한국어과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이 여럿 있었다. 결성식을 끝내고 호치민총영사와 동창회장이 베트남동문에게 이제부터 우리는 한동문이라고 말했고 모두가 악수하며 동문의 정을 나누었다.

필자는 서울대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 조국과 인류를 사랑하는 동문으로 나아가자고 말하면서 베트남에서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