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호 2010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고ㆍ소ㆍ영' 有感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란 게 있다. 세상 사람들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개인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儒敎문화권인 한국에서는 그 절반인 '세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일 게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한국인의 인간관계가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특정 학교 출신끼리 상을 나눠먹다 물의를 빚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도 선수 선발의 불공정성을 지적한 일이 있다. 어디 스포츠계뿐이겠는가? 겨우 세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인데도 같은 고향, 같은 姓씨,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패거리를 지어서야 나라꼴이 어찌되겠는가?
이런 인연으로 아는 사람이라도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면 도와줄 수 있다. 길을 가다 만난 남이라도 그런 때라면 돕는 것이 人之常情이다. 하지만 같은 패거리에 속한다고 규칙을 어기고 특혜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포목우회' 사건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 정도인가? 내가 속한 집단은 그런 일이 없을까? 牧民官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것도 국민의 표를 얻어 정권을 쥔 사람들이 어떻게 고향사람끼리 권력의 단맛을 나눠먹을 생각을 했을까? 어디 그뿐인가? '고ㆍ소ㆍ영'(고대, 소망교회, 영남)이란 말은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더 큰 걱정은 이런 일로 서울대총동창회마저 忌避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관악언론인회 일로 연락하다 보면 "저는 그런 모임에 관심이 없어요. 서울대 출신마저 패거리를 지으면 어쩝니까"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총동창회 일을 몇 년간 도와온 필자로서는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놓으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당연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서울대인들이 또 하나의 '고ㆍ소ㆍ영'이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서울대총동창회는 그런 패거리를 지향해오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지난 6월 관악언론인회 여기자모임에서 文昌克회장은 우리는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이리떼와 달리 혼자서 당당히 들판을 누비는 맹수들이라고 비유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이는 건 맹수끼리 서로 싸우는 일은 피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기자, 기자로서의 올바른 길에 대해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고, 동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함께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발전하기 위해서도 '고ㆍ소ㆍ영'식의 淺薄한 패거리 문화를 輕蔑하는 동문들이 더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