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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2010년 7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한국학의 국제화가 당면 과제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2006년 기존의 규장각과 한국문화연구소가 통합돼, 종합적인 한국학연구기관으로 출범했다. 이 글에선 모처럼의 기회인 만큼 동문 여러분들께 모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역사, 문학, 어학, 사회, 과학사, 예술 등 한국학 전반에 걸치고 있다. 물론 각 분야의 연구자가 모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상근 연구원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선택된 연구 주제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형태가 다수이다. 이와 함께 한국연구재단 등에 신청한 연구계획이 채택된 사업단들에게 연구공간을 마련해주고 행정적 지원을 하여 연구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개인연구자가 박사 후 과정 등에 선발된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학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학자들에게 연구실 등의 편의를 제공하며, 일정 기간 동안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어 매년 수 명의 외국인 학자들을 선발해 초빙한다. 외국대학에서 한국학 논문을 준비하는 박사과정의 학생들에게는 따로 방문학생 프로그램이 있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영문 한국학 잡지 'Seoul, Journal of Korean Studies'를 매년 2권 발행하고 있는데, 이 잡지는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약간의 난항을 거쳐 버클리대 출판부와 협약을 맺어 한국학 저서를 매년 영문으로 출판하기로 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명실상부하게 세계 한국학 연구의 중심 연구기관으로 그 위상을 정립해나가고 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는 HK(인문 한국)사업에 참여해 HK교수 4명, HK연구교수 7명을 선발했다. 이밖에 학예관, 학예사, 조교 등이 10여 명 근무한다. 이런 교수직, 학예연구직, 행정직, 기능직 등을 망라해 현재 규장각에는 80여 명이 상근하고 있다.

 이런 인적 자원에 못지 않게 주요한 것이 본 연구원에 소장돼 있는 규장각 도서이다. 인문사회계 연구기관의 무게는 그 소장 자료의 질과 양에서 일차적으로 찾을 수 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는 규장각 도서 14만8천여 권과 그 밖의 고도서와 고문서 1만여 점이 있어 합계 고전적 자료 24만여 점이 있다. 국보 7종과 보물 25종이 있으며, 그 중 3종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규장각 자료의 많은 부분이 세계 유일본이므로, 이의 보존을 위해 시설과 취급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 또한 적지 않다. 연구 영역이 확대되고 국제화가 추구됐지만, 외형적 팽창과 당위론적인 표방에 비해 실제 상응하는 내실이 있느냐이다. 한국학 관련 연구소는 국내 각 대학에 거의 다 있는데, 규장각한국학연구원도 그것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인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나름의 특성과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국제화 이전에 국내 한국학 연구 자체의 심화가 더 긴급한 과제가 아닌가 등의 물음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장기간의 실천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인데, 일차적인 실마리는 규장각 자료를 활용한 조선 후기와 근대 초기에 대한 연구의 심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뒤 고중세와 현대로 그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는 방향이 상정돼질 수 있다. 오랜 기간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이 작업을 수행키 위해선 그간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의 급속한 성장을 뒷받침해온, 올 연말로 끝나는 한국학장기기초연구사업과 같은 서울대학교 당국의 진흥책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