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87호 2010년 6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6ㆍ25전쟁 60주년과 역사의 교훈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사회와 국가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적임을 새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천안함 폭침사태는 60년 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던 한국전쟁이란 역사의 굴레로부터 우리가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극적으로 일깨워줬다. 이제 우리는 역사와 현실을 외면하거나 그로부터 도피하려는 안일함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민족적 과제와 국민적 의무를 되새겨봐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금년은 우연히도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강제합방을 당한 경술국치 1백주년을 비롯해 6ㆍ25전쟁 60주년, 4ㆍ19 50주년, 5ㆍ18 30주년 등 뜻깊은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우리가 국가발전에 매진하는 동안 뇌리에서 잠시 잊혀졌던 6ㆍ25전쟁, 한반도 역사에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며 최대의 희생자를 낸 참변이었던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마땅히 국가적인 행사로 기념할 만한 일이다. 작년 11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발족시킨 '6ㆍ25전쟁기념사업위원회'는 행사의 일환으로 6ㆍ25 60주년기념사업의 초점을 다음 세 항목으로 설정해 진행하고 있으며 鄭雲燦국무총리와 필자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첫째, 우리는 나라의 존립과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몰장병들의 공훈은 물론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장병들이 대한민국 수호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힘써 나갈 것이다. 지난 60년 나라형편이 어려워 그와 같은 예우를 제대로 못했다면 선진국 진입을 자축하는 지금이야말로 국격에 맞는 보훈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오래 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유수한 대학에서는 예외 없이 조국을 위해 전사한 동문들의 이름을 동판 혹은 비석에 새겨 추모하는 것을 보게 된다. 서울대에서도 6ㆍ25 60주년을 맞는 이 기회에 재학 중 혹은 졸업생으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동문을 기억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지.

 둘째, 우리를 돕기 위해 유엔의 깃발아래 참전했던 21개 우방의 장병과 국민들에게 한국인의 영원한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우방국의 참전인원은 총 1백90여 만명이며 전사자는 4만여 명, 부상자는 10만여 명에 이른다. 60년이 흐른 지금 '의리의 나라'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받은 큰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의미의 고마움을 표시하려 애쓰고 있다. 6ㆍ25 당일 참전국 주요 일간지에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국민은 당신들의 공헌을 잊지 않고 감사하고 있습니다'라는 전면광고를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한편, 생존하고 있는 참전용사 2천여 명을 초청해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돌아보고 함께 싸웠던 전우들을 만나 추억과 우정을 나누는 한국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셋째, 6ㆍ25 60주년이 계기가 돼 나라와 자유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재인식하고 국민 모두가 국가와 공동체수호를 위해 응분의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마음을 새로 다져가야 하겠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민족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으로 나라에 공헌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