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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호 2010년 5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金 炯 旿 국회의장





 - 장학빌딩 건립기금으로 큰 돈을 약정해 주셨어요.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셨습니까.

 "동문이 모교를 돕는 일에 조그만 성의를 표시하는데 동기까지 필요하겠습니까. 모교 후배와 교수님들을 돕고 동문들이 사용할 건물을 짓는다고 하니 형편되는 대로 한 거죠. 더 많이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 장학빌딩이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요.

 "여의도와 가까운 곳에 있어 우선 반갑더군요. 오가는 길에 봤는데 웅장하고 세련된 건물로 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 동창회가 모교 지원이나 동문들을 엮어주고 교류시키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리딩그룹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데 일조하는 장소로 활용됐으면 합니다. 장학빌딩이 사회기여의 어젠다를 풍부하게 만드는 상징적인 곳이 됐으면 좋겠네요."

 - 모교 정치학과와 외교학과의 통합, 증원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하셨죠.

 "국회의원 초선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문제입니다. 정치ㆍ외교학과 출신들이 정치의 본령인 국회에 많지 않아요. 학과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해 대내외적인 위상과 존재감이 떨어져요. 또 학문발전이나 졸업생의 사회진출 면에서도 좋지 않고요. 그래서 통합하자고 했습니다. 본래 학문적으로 정치학과 외교학은 그 뿌리가 다르지 않아요. 현실정치에서도 정치와 외교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공존하고요."

 - 모교 법인화법이 국회에 아직 상정도 안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작년 정기국회에서 정부안으로 제출되기는 했으나 상임위에서 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 여론도 있고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관련법 등과 함께 민주당이 논의대상이 될 수 없는 법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로선 법안처리 전망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할 수 없고,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임기 중 계속해서 개헌을 주장해 오셨는데,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가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요.

 "국회의장 취임 이후 줄곧 개헌을 주장해왔습니다. 우리의 정치와 국가발전을 위해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에 개헌 의결정족수에 달하는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고, 17대 국회 정치지도자들이 18대 국회가 구성되면 바로 개헌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죠. 그런데 막상 18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서는 일부 지도층 의원들이 현안을 회피하기 위해 개헌 드라이브를 건다는 식으로 본질을 왜곡하면서 논의가 중단됐죠.

 그렇지만 개헌의 가능성이 사라지거나 그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동안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위원회에서 방대한 보고서를 완성하는 등 개헌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 성과를 축적해왔고, 개헌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일치된 견해도 확인했습니다. 개헌만큼은 제 정치생명을 걸고라도 반드시 이뤄내고 싶어요. 임기 후에도 노력은 계속할 것입니다."

 - 임기 말에 물리면 '원 포인트' 개헌론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개헌의 범위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개헌은 임기 말로 가면 그것이 '원 포인트'라고 하더라도 대단히 어려워질 거예요. 대선주자의 영향이 직결되는 개헌을 과연 정치권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개헌을 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헌 특위를 구성하고 바로 논의에 들어가야죠. 일단 시작하면 개헌 범위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 권력구조 외 다른 부분을 수정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가능하지만 권력구조 외에 고쳐야 할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아요.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죠. 영토와 경제조항은 그대로 둔다고 전제하고요."

 - 기본권 조항의 경우에도 생명권은 새로운 영역이니까 논외로 하고, 나머지 부분도 더 강화하기는….

 "네. 힘들 거예요."





 - 이런 부분은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해석을 다듬어 가는 방식으로 가야겠죠.

 "헌법재판소의 위상, 대법원과의 관계 설정 즉 헌법재판소를 더 키우느냐, 대법원으로 가느냐 하는 것은 논의의 대상이 될 거예요."

 - 지방화 부분의 경우, 일부에서는 지방분권을 국회안보다 좀더 강화해서 헌법으로 명문화하자는 이야기도 있어요.

 "지방분권은 강화해야 하지만 연방제안 같은 것은 곤란하죠."

 - 일부에서는 조례를 법률 위상까지 올리자는 말도 있는데요.

 "그렇게까지 되는 것은 힘들고, 다만 지금 왜 지방분권이 제대로 안되느냐, 그 본질적인 것은 행정구역의 문제와 지자체의 권한 문제예요. 권한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그 다음에 중앙정부가 실질적으로 지방에 권한을 많이 이관해야 합니다."

 - 그런 것을 헌법에 규정할 수 있나요.

 "현행 헌법은 지방분권에 대해서 법률로 정한다고 달랑 한 줄 나와요. 지방자치의 개념이 없죠. 헌법에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는 어렵지만 큰 덩어리에서 지방자치의 개념을 넣을 필요가 있죠."

 - 재정 문제는 이양하면 좋겠지만, (지자체간) 불균형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줘야죠. 미국의 경우 재산세가 1백원 걷히면 주정부, 시정부, 연방정부에 얼마씩 준다는 비율이 정해져 있잖아요. 중국도 비슷하고요. 우리의 경우는 세목에 따라서 1백% 지자체, 1백% 중앙정부 이런 식인데, 비율로 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합니다. 제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의 자립도가 13%밖에 안돼요. 껍데기 자치단체가 한 두 군데가 아니죠. 헌법에서 지방자치가 잘 될 수 있도록 재정적이고 행정적인 설정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 돈이 없어서 사업을 제대로 못하는 지자체가 많죠.

 "그렇죠. 지방선거가 다가왔으니까 그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덧붙일게요. 광역의회, 기초의회 의원들이 시장, 구청장 등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요. 국회의원의 경우 업무를 돕는 사람들이 사무비서까지 합해서 7명 정도 되잖아요. 지방의원은 국회의원보다 수준이 못 미치는데다가 도와주는 인력도 적고 더욱이 그 인력이 모두 지자체 파견 공무원이라 의원들을 제대로 돕기 힘들죠. 그 공무원들이 구청장, 시장 눈치를 보지 않겠어요?"

 - 하지만 그 문제보다 지자체의 단체장과 의원들이 같은 정당일 경우가 많아 사실상 견제가 어렵지 않나요.

 "그 의견에 대해서는 찬성도 반대도 안 해요. 국민들은 좋아하는 정당의 후보를 뽑을 수 있죠. 그러나 특정 정당을 키우기 위해 능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돕는 것은 생각해 볼 점이 있어요. 또 공천기준이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인지 아닌지보다는 지구당 위원장과의 관계에 더 영향받는 풍토는 개선돼야 합니다. 지방의회 후보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선 몇 억원을 써야 한다는 그런 소문이 오갈 때 오히려 저는 소신 있는 후보를 지원해줬어요."

 - 의장 임기 중에 국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있었죠.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미흡한 면이 있었는데요.

 "회고해 보면 국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은 제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 싶어요.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입니다. 현행 국회법 아래에서 국회의장은 허수아비에 불과해요. 실권은 여야대표가 갖고 있잖아요. 자조 섞인 이런 말을 해요. '국회의장이 국회가 언제 열리는지 모르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사무총장과 원내대표도 해보고 5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운영의 베테랑급인데 야당지도부 등 일부 인사가 국회의장을 흔들기 시작하면 하기 참 어렵습니다.

 차기 의장께서 고생하지 않도록 국회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국회가 운영될 수 없어요. 그래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도 구성하고 국회법 개정안도 만들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심의를 안 하고 있어요.

 국회 폭력이 바로 범죄로 성립돼 처벌받는 국회법 원칙이 확고하게 마련돼야 하고, 의사일정을 여야 협상이 아닌 국회의장이 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야 대립의 상당부분은 의사일정을 놓고 발생하거든요. 여야는 내용으로 싸워야 하는데, 우리 국회는 서로 샅바잡기 싸움을 하느라 시간을 다 뺏겨요. 또 헌법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재적의원의 4분의 1이 국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여야가 회의소집을 안 하면 개회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 개헌에 대한 공감대 확산, 국회법 개정안 마련은 큰 성과라 할 수 있죠. 그밖에 보람됐던 일을 말씀해 주세요.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국회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과 전문성을 향상시킨 일이에요. 국회에 의원회관 직원을 제외하고 사무처, 도서관,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에 1천7백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어요. 예산정책처는 지난해부터 경제전문매체와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입법조사처의 중립성도 높아져 신뢰도가 올라갔죠. 국회방송 시청률이 케이블 공공채널 중 1위이며 전체 채널 중에선 40위권 밖에 있다가 30위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또 하나는 보람됐다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두 차례 예산안을 기한을 넘기지 않고 처리했던 일입니다. 지난해 여야 합의로 처리한 추가경정 예산안의 경우 당시 여야가 미디어법 처리 등으로 공전과 파행을 거듭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를 이끌어 28조원의 슈퍼추경을 통과시켜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에 일조한 점이 국회의장으로서 기뻤던 순간입니다."

 - 자타가 공인하는 IT전문가세요. 블로그도 운영 중이시죠. 정치인으로서 블로그를 운영해 얻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對面을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인터넷만의 소통의 힘이 분명 있어요. 다양한 이슈로 불특정 다수가 동시에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격식에 억눌림 없이 솔직한 생각을 교환하는 것이야말로 블로그만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접속자 수를 늘 체크하는 것은 아니지만 홈페이지와 합쳐서 평균적으로 1만명은 넘는 것 같아요. 이 정도가 되니 정치인 '파워 블로거'라는 명성도 생기는 거 아닌가요(웃음)."

 - 혹시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오랫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셨는데,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같은 기발한 제품을 못 내놓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편이라 일찌감치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그 편의성과 콘텐츠의 다양성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정부가 IT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의 IT정책은 큰 틀에서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드기기,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가 상호 융합하는 세계 추세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요. 단적으로 종전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그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분산됐죠. 우연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지수가 2007년 OECD 국가 중 3위에서 16위로 추락했어요. 스마트폰도 개인프라이버시 정보유출 문제 등 부정적인 이유를 들어 정부 당국이 도입을 늦춰왔어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적 판단착오가 우리의 IT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IT관련 통합부처 설립을 제안했어요. 정보인프라와 서비스,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로 이어지는 정보기술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산업간 칸막이를 제거시켜 협력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능적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통합부처를 만들자는 것이죠."

 - 6월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관위에서 고심하고 있는데, 전자투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야당시절 저는 '국민인터넷투표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2002년 당시 盧武鉉후보의 네티즌간에 나타난 '노풍 현상'을 보면서, 일시적인 거품이 아닌 인터넷이란 새로운 사회주도 세력을 보았던 거죠. '국민인터넷투표제'는 인터넷 여론과 네티즌들의 힘을 모으기 위한 하나의 제안이었어요. 그때 한나라당이 제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면 아마 당시 대선의 판도는 상당한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웃음).

 사실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정비돼 온라인투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대리투표와 보안의 취약성 문제도 충분히 해소돼야 합니다."

 - 청년들의 정치 개혁에 대한 요구는 많으나 투표율은 저조한 편입니다.

 "386세대는 정치과잉, 행동과잉의 시대였습니다. 시대변혁의 주체였고 실천적 운동가가 많았죠. 이 시대의 젊은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도 예전만 못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정치참여의 성향도 많이 옅어진 것이 사실이에요. 청년 투표율의 저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회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에서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고 다원화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어느 시대나 젊은이는 사회 활력의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동전의 한 면만이 아닌 양면을 동시에 보는 능력을 좀 더 해줬으면 해요. 그렇기 때문에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기성세대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전통과 가치를 보편화된 규범으로 지속시키려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죠.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기존 가치와 미래적 가치가 서로 경쟁하고 공유될 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변화의 동력이 상실되면 그 사회는 정체되고 생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국회에서 '의회정상외교 선물류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요. 1백70여 점이나 기증하셨어요. 물품을 내놓을 때 갈등하지 않으셨나요.

 "저도 사람인데 왜 욕심이 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개인자격으로 받은 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받은 것이니 국회와 국민들께 돌려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회도 이젠 제대로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 갈 때가 됐다고 봅니다. 이러한 것들이 계속 쌓이고 쌓일 때 국회의 역사가 되고 전통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다음 국회의장님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오지 않겠습니까?(웃음)

 제가 기증한 1백70여 점의 선물과 기념품은 각자가 주신 분들의 깊은 뜻과 정성이 담겨져 있는 선물이에요. 모두 귀중하고 기억에 남는 선물들입니다만 각국 정상이나 국왕들로부터 받은 것이 좀 더 의미가 있겠죠."

 - 2년 임기 동안 국토탐방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내셨어요.

 "작년에 낸 책이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또 냈어요. 상임위에 배속되지 않는 국회의장은 국감 기간 중에는 보통 외국순방 일정을 잡아요. 그때는 몇 분의 의원이 수행의원 자격으로 동행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그 의원들은 국감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겨요. 그래서 국토탐방 일정을 잡은 겁니다. 우리 국토와 국정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죠. 여행한 마을의 주민들이 국회의장 방문은 처음이라면서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가는 곳마다 정말 색다른 느낌이더군요. 새삼 우리 강토의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5천년이 빚어낸 문화유적지는 여행의 깊이와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느끼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안타까운 현실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선사시대의 귀중한 유물인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긴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재래시장 아주머니들과의 세상사는 얘기도 아주 좋았어요. 삶의 무게와 애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가봤던 곳은 또 봐서 좋았고, 처음 들른 곳은 처음이어서 인상적이었죠. 이런 소박한 감정들과 훈훈한 모습을 담아 책을 만들어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내년이면 국회의원을 하신 지 20년이 되는 해인데, 의장 임기 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벌써 그렇게 됐네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수 있는 세월이네요. 임기가 끝나면 바로 평의원으로 돌아가서 백의종군할 겁니다. 의장으로 있으면서 못했던 일들을 자유롭게 할 계획이에요. 지금 정치권에서는 중진이 제 역할을 못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요. 사사건건 나서는 것은 안되지만 중진의 역할이 필요한 곳에서는 그 역할을 해야죠."

〈사진ㆍ정리=金南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