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15호 2004년 6월] 기고 감상평

시원하게 바뀐 컬러면 보기좋아

金 修 自 (72년 家政大卒) 부산 사직고교 교사
얼마전 KBS 특별기획프로그램에서 서울대 폐지가 대한민국 입시위주의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지름길인 듯 주장하는 패널의 이야기를 시청하면서 나의 정체성과 함께 과연 「서울대」는 무엇인가라는 착잡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남편, 아들, 딸 모두 동문이지만 정말 어느 동문의 글처럼 서울대에 못 다녔다는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았던 것 외에 누린 특혜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사회생활에서 서울대인이라는 사실이 늘 나를 적당히 타협하며 살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책임과 자존심을 갖게 했던 게 아니었던가?  매월 배달되는 동창회보를 펼치면서 먼저 32면을 알찬 내용으로 채워내는 편집위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지난 5월호부터 바뀐 회보의 좋은 지질과 1면의 시선을 끄는 컬러화보는 눈을 시원하게 했다.
 우선 반가운 이름이나 아는 이름이 있는가를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동창회라는 곳에서 학창시절 그때 그 시절의 꿈과 추억을 느껴보고 싶은 1차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서 자랑스런 동문들이나 모교의 발전적인 소식을 섭렵하면서 잠시나마 나 자신의 생활 속에서 자만심이 아닌 자존심을 가지고 사회의 발전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한편 5월호 4~5면의 회장단 프로필을 보고 대부분의 동문들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리라 이해를 하면서도 전국적인 참여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우선 회장단에 부산을 비롯한 각 지역 동창회장은 포함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 사는 한 동문으로서의 단순한 소외감일까? 총동창회에서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부산지역에 약 5천명의 동문이 있으며, 부산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동문들의 모임이 활발히 이루어지는데도 있을 터인데 그러한 소식들을 알려주는 고정란은 없는 것 같다. 회보의 문제는 아니지만 연회비 납부에 대해서도 건의하고 싶은 것은 각 지역의 회원들은 지역단위로 모이고 있는 지역동창회에 연회비를 내고 지역단위 동창회에서 총동창회에 회원비례 분담금을 내는 것이 활성화의 첫걸음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요즈음 부산총동창회(www.snuapusan.or.kr)는 매년 10월 4백여 명이 참석하는 가족 등반대회를 겸한 야유회, 12월의 3백여 명이 참석하는 음악회를 겸한 송년잔치 등의 대표적인 행사와 함께 다양한 참여마당을 통해 활성화 돼가고 있다. 전임 文貞奎(56년 工大卒)회장은 어떻게든 많이 모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악산우회, 마로니에클럽 등 산하단체를 조직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기틀을 만들었고, 금년 1월 바통을 이어 받은 신임 河基成(62년 商大卒)회장은 「마음의 고향 만들기」와 「지역사회 기여」라는 대전제 아래 지난 3월 새 사무실 마련에 이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동창회 운영을 통해 동문들의 뜻과 정을 모아가고 있다.  산하단체인 골프모임 관악회, 매월 60여 명이 참석하는 정기산행 등산모임 관악산우회, 매월 40여 명이 참석하는 주제가 있는 정기 대화모임 마로니에클럽 등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출세한 동문만이 아닌 보통동문들이 많이 참여하는 공동체적 새로운 고향 만들기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비전을 만들어 가는 동문들의 모임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2년 전부터 시작한 관악산우회의 「시와 동문이 있는 우정공동체 문화의 밤」 행사는 동문 개개인이 문화의 객체가 아닌 생활 속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주체가 되는 부산동창회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서울 사대부여중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교장부터 교사 대부분이 동문이라 학번으로 모이곤 했는데, 81년 부산사대부고로 전근을 오게되어 정말 낯설고 물 설은 곳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려야 할지 망설여졌지만 소수의 외로움 속에 삶은 일터와 삶터를 중심으로 펼쳐가야 함을 곧 깨닫게 되었고 이제 부산 시민이 된지 25년, 아이들을 서울대에 보내면서도 모든 문제를 삶터(지역)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됐다. 서울대동창회는 홀로 잘난 사람들의 파티만으로 비추어지기보다는 각각의 삶터에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역할의 소중함도 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