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호 2010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법인화와 세종시는 별개인데…

세종시의 장래를 놓고 정치권과 관계 당사자의 눈에 핏발이 가득하고 살기가 등등하다.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겠다는 살벌한 기세를 조금도 누그러뜨릴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국가 백년대계의 명분과 대국민 약속이라는 신뢰의 주장이 이렇게 무서운 흉기가 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유행어였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뭐라 하고 싶은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훈수하기가 겁난다. 숫제 입을 다무는 것이 보신의 상책이라 여겨진다.
때 아니게, 그것도 동창회보에 세종시 문제를 끄집어내느냐고? 세종시의 정치적 인화성이 하도 강해 모교 법인화법이 알게 모르게 그슬리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서울대 법인화의 앞날이 세종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제자리에서 맴돌 것 같은 불길한 징조가 감지된다. 모진 놈 곁에 있다 정 맞아도 유분수지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애초에 서울대 법인화와 세종시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남남이었다. 그러던 것이 세종시 문제가 정치적 태풍이 되면서 서울대 법인화도 마치 같은 배라도 탄 것 같은 형국이 됐다. 외부에는 서울대의 기능과 시설의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대가로 법인화의 특혜라도 한 가마니 받는 것처럼 비쳐지기조차 했다.
국립대란 그 어느 정권에서건 정부 정책의 무풍지대에 머물 수는 없다. 서울대라고 이 운명을 비껴 가는 특권적 존재일 수는 없다. 세종시 문제와 살을 부대끼게 된 것도 어쩔 수 없는 팔자요, 연이라고 본다.
어쩌다 서울대와 세종시가 함께 얽히는 신세가 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동일 티켓이거나 패키지 딜이 될 사안은 아니다. 성격자체가 판이하다. 세종시가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라면 서울대 법인화법은 어디까지나 교육 문제다.
마침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시작이 반이라는 계산을 원용하면 반환점을 돌아 종착점을 눈앞에 둔 셈이다. 李長茂총장을 비롯한 전 서울대인의 힘겨운 노력이 느껴진다. 마지막 잔을 흔쾌히 비우기 위하여 서울대인, 동문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다행이랄까 최후의 칼자루를 쥔 국회에 서울대인이 과반을 상회하고 있다. 이들이 모교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법인화법의 국회 통과는 팔 한 번 휘젓기만큼 쉬운 일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그런 모양새가 아닌 성 싶다. 세종시법의 수정과 서울대 법인화법이 같은 궤도에 놓여 있다고 오해하는 동문 선량은 없었으면 좋겠다.
국립대 법인화 조치는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나가 있다. 출발이 늦은 서울대가 예서 더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밤이 길면 꿈도 많다는 데…. 아무쪼록 서울대 법인화가 세종시의 유탄에 맞는 횡액은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