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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호 2010년 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대통령과 출신 대학



 학벌이 좋아야 뛰어난 업적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학력을 가져야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건국기의 李承晩대통령은 배재학당을 나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4ㆍ19혁명 이후의 尹潽善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 출신이다.

 5ㆍ16군사정변 뒤 개발독재를 이끈 朴正熙대통령은 대구사범학교와 육군사관학교를 나왔다. 10ㆍ26 이후 잠시 과도정부를 이끈 崔圭夏대통령은 경기고와 도쿄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全斗煥대통령은 대구공고와 육군사관학교, 盧泰愚대통령은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문민정부를 연 金泳三대통령은 경남고와 서울대 출신이며,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金大中대통령은 목포상고, 뒤이은 盧武鉉대통령은 부산상고가 최종 학력이다. 현재의 李明博대통령은 동지상고 야간과 고려대를 졸업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다양한 학벌 속에도 격변의 한국 현대사가 함축돼 있다. 잠재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 상응한 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학벌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지도자들의 학벌 다양성은 줄어들 것이다. 정규교육 기회가 확대돼 잠재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이슈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학교에서 종합지식을 많이 축적한 사람이 리더로 성장하는 데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하버드대 박사 출신이고,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도쿄대 공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칭화대 공대 출신이고,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에든버러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10(낭테르)대 출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출신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군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 鄭夢準ㆍ鄭雲燦ㆍ金文洙ㆍ鄭東泳 등은 서울대, 丁世均은 고려대, 朴槿惠는 서강대, 李在五는 중앙대 출신이다. 박사학위자도 있고, 대학 총장 출신도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학벌 다양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균질화됐다. 한국사회가 발전했다는 의미도 되고, 다음 대통령은 모교를 포함해 정규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서 나온다는 의미도 된다. 이러한 흐름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조건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