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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2009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노래하는 변호사 李丞敏동문




 모교 출신으로 다재다능한 동문들이 많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음악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동문, 만화가 겸 록밴드 리더, 치과원장 겸 주역전문가. 특히 노래를 잘 불러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동문이 많다. 최근 4집 앨범까지 낸 鄭斗彦(무역76 - 80)국회의원, 노래하는 CEO로 유명한 李廷湜(지구과학교육72 - 76)前CBS 사장, '아파도 사랑합니다'의 李枝英(치의학92 - 98)치과원장이 그들이다.

 법무법인 세종 李丞敏(독문97 - 04)변호사는 이런 계보를 이어 받아, 그 이름아래 밑줄 쫙 긋게 하는 매력적인 동문이다.

 최근 '리-하트(Re:Heart)'란 디지털 싱글앨범을 내고 '도시락', '멜론' 등 각종 음악사이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어지간한 가수에게는 곡도 안 주기로 소문난 작곡가 박근태 씨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근성과 맷집이 앨범 작업을 하는데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높이 평가한다"며 직접 트레이닝을 맡아 앨범제작을 돕기까지 했다. 신인 가수는 李동문이 처음이란다.


음악통해 강렬한 에너지 충전


 지난 11월 18일 서울 순화동 한 식당에서 만난 李동문은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소개되는 동창회보에 얼굴을 비치게 돼 쑥스럽고 조심스럽다"고 첫 말을 꺼냈다. 李동문의 부친 李采郁(AMP 54기)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비롯해 근무지인 세종과 클라이언트 가운데 동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인 듯했다.

 "변호사로 일할 때는 '100% 이승민 변호사'로 보이기 위해 노래 이야기는 물어봐도 잘 안 해요. 혼동해서 보기를 원하지 않거든요. '이은민'이란 가명도 그래서 만들었고요. 그래야 두 가지 일 모두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변호사 일처럼 가수활동도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든 바쁜 세상에서 李동문을 잡아 끈 음악의 힘은 무엇일까.

 "음악을 통해 받는 위로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들으면서, 부르면서 채워지는 강렬한 에너지가 있어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인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런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위로를 주고 싶어서 직접 노래를 부르게 됐죠."


 가수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李동문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해선 공중파 방송에도 자주 출연해야 하지만 업무상 제약이 많이 따른다. 실제로 몇 번 제의가 들어왔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출연을 고사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꼬박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변호사 일이 무척 바빠요. 지금도 제출해야 할 서류를 급하게 정리하고 왔어요. 가수를 잠깐 하고 말게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갈 생각은 없어요. 공중파 방송은 인기를 얻는데 효과적이겠지만 노래가 좋으면 늦더라도 반응이 올 것이라 믿어요. 천천히 음악적 내공을 쌓으면서 좋은 노래를 계속해서 발표해야죠."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할지를 묻는 질문에 두 일을 이미 선택했고 둘 다 즐겁게, 열심히 하고 있어 답하기 어렵단다. 李동문은 2004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지난 2007년부터 법무법인 세종에서 국제분쟁 업무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가 가수 활동까지 하니 클라이언트 중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는지 궁금했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 온 분들이라 가수 활동에 대해 놀라기는 해도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핸드폰 컬러링을 제 노래로 하라고 강요하죠(웃음). 세종의 업무 퀄리티가 워낙 높기 때문에 저 역시 업무에서는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논리만 있고 열정이 없으면 고객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어요."


노래동아리 '쌍투스'가 밑거름


 한영외고 독일어과를 나와 1997년 모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한 李동문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 동기들보다 더 늦은 2004년에 졸업했다. 학점이 낮았기 때문. 사법고시를 통과한 재원이 학점 때문에 졸업을 늦게 했다니 의외다. 그래도 오래 다닌 덕분에 모교에 대한 추억은 많단다.

 "도통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독문과 정원이 30명인데 무척 가족적인 분위기였어요. 위아래 5년 터울 선후배하고도 친하게 지낼 정도였으니까요. 과에서 하는 장터, 농활은 모두 참여했죠. 총학 선거 때 '미래창조'란 팀을 돕기도 했어요. 아카데믹한 삶과는 멀었지만 낭만적인 대학생활이었죠. 요즘도 가끔 자하연 식당 김치가 그리워요. 맛이 최고였거든요."

 대학시절 노래 연합동아리인 '쌍투스' 활동도 열심이었다. 지금 李동문의 앨범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돕고 있는 최광호 씨도 쌍투스에서 만난 선배다. 최광호 씨는 "당시에도 같은 기수 중 노래를 가장 잘하는 후배였다"고 전했다. 쌍투스는 공연을 앞두고는 방학을 반납해야 할 정도로 연습을 많이 시키는 동아리였다. 그곳에서의 훈련이 지금 가수로 활동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마법의 성'으로 유명한 김광진 씨도 쌍투스 출신. 김광진 씨는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음악적 성취도 이뤄낸 좋은 선례다.

 "쌍투스 활동을 통해 음악에 대한 저변을 넓히고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광호 선배가 아니었으면 가수에 대한 꿈만 꾸고 이리저리 헤매다 포기했겠죠. 다행히 선배가 음반산업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큰 힘이 됐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 열정을 다해 노래하고 일하다 보면 저 역시 좋은 모델이 될 거라 믿어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 한두 시간의 보컬 연습도 빼먹지 않는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은 총 네 곡. 李동문 홈피(www.cyworld.com/incrediblywistful)에 들어가면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두 곡을 더 내고 내년쯤 정식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李동문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목소리와 '열정의 전도사'로 유명한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았다. 위로 언니 두 명이 있고 지난 2007년 崔誠洙(사법94 - 99)동문과 결혼했다. 마지막으로 동문들이 연말연시 모임에 초대하면 갈 수 있냐는 물음에 "영광으로 생각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가겠다"고 약속했다.〈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