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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2009년 12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건강한 가정은 사회적 자본이다





 얼마 전, 한 청소년이 친구를 시켜 집에 불을 질러서 부모를 청부살해하고 보험금을 타 강남에서 잘 살아보고 싶었다던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앞에 무력해진 가족, 건전한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하는 불행한 청소년들, 그리고 양극화의 문제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축돼 있는 이 사건은 안타까운 시대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가정에서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우리는 기초질서와 예의를 배우고,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을 통해 소통과 협력, 연대를 체험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덕감과 책임감 형성에 밑거름이 된다.

 그런데 오늘날 가정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시대에 가족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가족원 각각의 삶을 들여다보자. 자녀들은 학업과 사교육으로 인해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며, 과중한 입시와 취업의 부담으로 짓눌려 있다. 늘어가는 맞벌이 가족은 일-가정 양립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으며, 기성세대는 평생직장을 보장받지 못해 불안감을 갖고 산다.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이미 다가온 고령사회, 노인문제가 표출되고 세대간 단절도 심화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르고 다양한 문화와 삶의 양식이 공존하는 오늘날,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의 스트레스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이 시대, 가족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가정은 과연 약자를 돌보기에 적절한가? 아이들은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가? 부부간에 깊은 믿음과 애정이 있는가? 행복한 얼굴로 얼마나 자주 식사를 함께 하는가? 함께 있으면 즐거운가? 아니, 함께 있을 시간이 있기나 한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위로받을 수 있는가? 가족이 내 행복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소망하는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만나 결성한 시민단체가 '(사)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이다. 필자는 이 단체의 대표로서 가족생활교육, 생활설계상담, 지역사회 품앗이 네트워크 구축, 행복한 가족놀이터, 좋은 부모되기 운동, 가족정책포럼 등의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건강한 가족가치의 정립과 확산, 가족 친화적인 문화 조성, 가족 돌보미 양성과 배출, 자녀 기르기에 안전한 지역사회 구축 등 가족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고 연대하는 이슈를 개발하고 정책제안을 하며,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기술,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도덕감 등은 생애 초기부터 가정에서 배우고 익히는 가치들이다. 바로 이러한 가치는, 최근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신뢰, 이타심, 도덕심, 배려, 협력 등 사회 자본의 중요 요소들이다. 즉, 가정은 사회적 자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 체득한 이러한 가치들은 곧 사회로 연계되는 까닭에 사회문제와 가정문제는 분리될 수 없다. 가정생활에서 체득한 협동과 이타성, 되돌려 받음을 기대하지 않는 자발적 돌봄의 정도가 공동체의 문화적 수준과 복지를 결정한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건강한 가정에 대한 관심 그리고 가정의 건강성 증진을 위한 노력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