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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2009년 11월] 기고 감상평

'우리 것을 온몸으로 느끼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가을축제 '우리 맛을 사랑합시다'에서 전통혼례를 체험한 金旼宣입니다. 저는 국어국문학과에서 우리의 말과 문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잘 알아야하고 남들에게 알려야 할 국문학도지만 막상 한글과 문학 이외의 것은 잘 몰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통혼례를 재현한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까지는 중국의 영향권에서, 근대 이후에는 서구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의ㆍ식ㆍ주' 역시 대부분 서구화됐습니다. 결혼식 역시 서구화되면서 전통혼례 양식은 폐백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이번 행사는 마을의 축제였던 전통혼례를 통해 우리의 풍속과 의복, 음식, 음악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익살스럽게 혼담이 오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남자친구와 제가 신랑과 신부가 돼 수줍게 만나 예의를 갖추고 함께 앉아 부채춤, 풍물놀이 등 축하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혼례를 진행하는 동안 옆에서는 궁중음식 전수자 분들께서 전통혼례 음식을 재현해주셔서 그 자리에 오셨던 분들은 궁중음식에 대해서 배우고, 함께 국수도 먹고 모두가 즐거운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고운 색깔과 독특한 문향으로 멋을 부린 혼례 음식은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제 곁에 와서 함께 사진을 찍고 혼례복인 당의를 입어보며 호기심을 보였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의 맛과 멋이 어우러져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전통혼례 잔치를 하는데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것을 잘 지키고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행사가 매년 계속돼 볼거리가 많고 뜻깊은 의미를 지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선배님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전통혼례 커플 2호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