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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2009년 11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대학운영의 자율성 확보 위한 법인화는 세계적 추세"




 - 모교 법인화에 대해 동문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법인화에 대한 교과부의 입장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대학운영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법인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 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과부는 서울대를 법인화해 이사회 체제를 도입하고 조직ㆍ인사ㆍ재무 등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함으로써 대학운영이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체제로 전환되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총장 선출방식을 개선해 총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책임운영 체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법인화는 서울대가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종합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는 데 초석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서울대를 비롯해 국립대의 법인화는 우리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과제이므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 법인화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이 재정 부문입니다.

 "국립대의 법인화 추진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려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어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 지원은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국립대가 법인화될 경우 학문이 상업화되고 학교는 교육 연구보다 수익사업에 치중하며 학생들의 등록금은 인상되고 기초학문은 고사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지나친 우려입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가 보유ㆍ관리하고 있는 국유재산은 무상으로 양여해 법인 설립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아울러 국가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재정 지원과 더불어 수익사업의 허용, 개인재산의 양여 또는 출연, 장기차입 및 학교채 발행 등 재정확보 수단을 다양화해 대학운영에 필요한 재정확보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화 선도대학으로 육성 중인 울산과기대에 얼마나 지원하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부는 울산과학기술대가 국립대 법인화 선도대학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인건비, 운영비, 교육인프라구축비 등에 국고 예산으로 약 6백억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울산과기대는 다른 일반 국립대와 비교할 때 학생정원 조정 및 예산 편성과 결산 과정, 인사 운영 등에서 보다 많은 자율성을 갖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ㆍ재정적 지원을 기반으로 전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1백% 영어강의 및 해외의 우수 교수초빙 등을 통해 개교 5개월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모교 입학생 증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81년 6천명 수준에서 현재 3천1백명 정도로 급감했는데, 증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서울대의 경우 BK21 사업 등을 통해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차원에서 상대적으로 학부보다는 대학원 교육에 치중하기 위해 학부정원을 감축해 왔습니다.

 학부정원의 증원문제는 학령인구 감축으로 인한 정원감축 기조, 국립대의 역할, 대학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은 총 입학정원의 증원을 고려할 시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현행 사법시험이 2017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므로 법학전문대학원 첫 졸업자가 배출되는 2012년부터 6년간 양 제도를 통해 현행 연 1천명에서 연 2천2백명 내외 수준의 법조인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입학정원의 증원은 법조인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고용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안착된 이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모교의 경우 내년 입학생 중 10.6%(3백31명)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데, 타대학은 어떤가요.

 "광주과기원(1백명), 울산과기대(6백명), KAIST(1천20명), 포스텍(3백6명)은 1백% 입학사정관제로 뽑습니다. 서울대도 2011학년도에는 1천2백1명(38.6%)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입니다. 참고로 올해 실시되는 2010학년도 대입전형에서는 전체 입학정원(약35만명)의 5.7% 수준인 1만9천8백25명이 입학사정관 참여전형으로 선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공정성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지.

 "입학사정관제는 금년에 선도대학 15개 대학을 포함해 47개교에 2백36억원을 지원했으며 '입학사정관 전문양성 훈련 프로그램' 개설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사정관이 활용하게 될 학생부 기록을 개선하고 비교과영역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시ㆍ도교육청 단위로 교사연수를 실시해 일선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원대학 선정평가 및 중간점검 등을 통해 제도 운영 내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입학사정관제의 안착은 자질 있는 사정관 확보에 있다고 보고 입학사정관 전문양성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경북대, 전남대를 선정해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사정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과 먼저 채용된 사정관 및 고교교사 등 총 3백90명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 사교육의 진앙지로 외국어고등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데.

 "외고가 새로운 교육기법을 도입하고,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등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지만 입시에서 많은 사교육을 유발시켜 왔다는 지적이 있죠.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외고의 학생 선발, 교육 과정, 교육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롭게 변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착수했습니다. 연구 진행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금년 말 이전에 대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 대학에 자율적인 학생선발권을 줘야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부는 이미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수립해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 선발권을 점진적으로 주자는 방향으로 대입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 최종 목적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고교와 연계한 선진형 대입전형을 정착시킴으로써 대학의 학생선발의 자율권 확대와 초ㆍ중등 교육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일선 현장의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 외 과도한 업무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선생님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를 위해 양성과 임용 단계에서 수업능력 평가 중심의 제도로 개선하고 현직교원은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따라 맞춤형 연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 학생들의 학업 중량감도 줄어들지 않은 듯 한데.

 "학습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교육정책의 주인공은 학생들이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가고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제공돼야 하겠죠."




 - 특정 분야의 전문직업 경험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특별과정을 운영하겠다고 발표가 됐는데, 어느 정도 구체화가 됐는지.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중등교사가 되는 길은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일반대학 교직과정 또는 교육대학원을 이수해야만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양질의 교사를 양성할 수 있었지만 예ㆍ체능 분야나 영재학교와 과학고 등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과 기예를 갖춘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체제로는 양성하기 어려운 분야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전문계ㆍ특성화고에서 필요한 전문기술을 가진 전문가, 예ㆍ체능계열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기예를 갖춘 분들, 과학고ㆍ영재학교에서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수학ㆍ과학 박사 학위소지자, 외국어고ㆍ국제고 등에서 필요로 하는 어학 분야 전문가 등등. 이러한 전문가들이라도 학교현장에서 산학겸임교사 및 강사 등으로 교육경험을 쌓은 후 학교장의 추천과 교육감이 실시하는 공개전형을 통해 입과 대상자가 최종 결정됩니다.

 현재 법제화를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는 법제화가 완료돼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교과서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사업이 구체화됐는지 궁금합니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디지털세대에 맞는 미래 학습 환경을 준비하고 학습 흥미도 증진 등 교수 - 학습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2013년부터 단계적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성 측정 연구결과,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서책형 교과서를 활용하는 학생들보다 학업성취도 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농ㆍ산ㆍ어촌 지역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5~6학년 10개 과목의 콘텐츠를 이미 개발했고 초등 3~6학년 수준별 영어 콘텐츠를 11월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입니다."


 - 교육과학기술부에 교육만 있고 과학기술은 안 보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과부 예산을 놓고 봤을 때 교육과 과학기술이 몇 대 몇 정도로 배분되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도 교육과학기술부의 전체 예산(안) 규모는 경기침체로 인해 금년보다 0.1% 증액된 41조 2천4백13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이 가운데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비율은 교육이 92.4%, 과학기술이 7.6%로 구성돼 있어 초ㆍ중등 교육을 포함하고 있는 교육 분야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과학기술 예산의 경우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 및 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위해 금년보다 24% 증액된 수준으로 편성됐습니다."


 - 최근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노벨상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이 뜨겁습니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 배출을 위해 교과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게 있는지.

 "과학기술의 목표가 노벨상 자체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선 말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기초과학력을 높이고 연구개발을 거듭하다 보면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고, 노벨상도 자연스럽게 받게 되겠죠.

 수학ㆍ과학교육 특성화를 통해 기초과학 우수인재 육성을 강화하고 신진연구자를 조기에 발굴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리더로 육성하는 전주기적 인재양성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자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모험연구 프로그램을 신설해 미개척 연구 분야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노벨과학상 수상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노벨상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계적 수준의 한국인 과학자들이 있어 노벨상의 꿈도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 2012년 과학기술 7대 강국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점 과제와 내용을 들려주십시오.

 "李明博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577전략)은 이번 정부에서 5년간 추진할 국가 과학기술기본계획으로서 지난해 8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확정됐습니다.

 577전략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드리면 우선 국가 연구개발 투자를 GDP 대비 5%로 확대하고, 확대된 재원을 신산업 창출, 기초 기반 융합기술 개발 등 7대 기술 분야에 집중투자하며, 인재양성 기초원천연구 등 7대 시스템에 대한 선진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예산 확보를 위해 2012년까지 2008년 대비 1.5배 증액(16.6조)시키며 국가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서 조세, 금융 등 지원시책을 확대함과 동시에 규제를 완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GDP 5% 연구개발 투자, 7대 기술 분야 중점투자, 7대 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해서 2012년까지 7대 과학기술 강국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장관직을 수행한지 1년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취임이후 과학기술과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대비하는데 역점을 둬왔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초연구 및 원천기술확보를 위해 미래유망 파이오니어사업, 글로벌 프론티어사업, 개인연구자에 대한 지원, 소규모 집단연구에 대한 예산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3개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통합한 한국연구재단 설립을 비롯해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공동특화전문대학원, 학연협력연구센터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동문들께서 관심이 많으신 나로호 발사는 현재 원인규명과 함께 내년에 있을 2차 발사에 철저하게 대비 중입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업성취도평가의 경우 작년에 전수평가를 처음 실시하면서 다소 혼란이 있었으나 금년에는 미비점을 보완해 무사히 치렀습니다. 교원평가는 현재 법제화가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는 시범학교 수를 3천개로 늘려 전면 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기대가 큰 분야의 수장이라 몇몇 사안을 두고 주변의 비판도 거셌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은 그 어떤 분야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책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교원능력개발평가제는 교사들의 전문성과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임에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다고 정책을 변경하기보다는 더욱 더 일관된 원칙을 갖고 추진해 가고자 했고, 이런 원칙적 대응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리=金南柱기자>



ㆍ安秉萬장관은

 2008년 8월 제2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교육행정가로, 법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은사의 영향으로 교수의 길을 택했다. 저서로 한국정부론(1985년 다산출판사), 한국의 선거와 한국인의 정치형태(2005년 인간사랑) 등이 있으며 한국정치학회 학술상(1987년), 플로리다대학교 올해의 우수 동문상(2005년), 루마니아 국가교육 분야 최고훈장(2006년) 등을 받았다.
 ▲1941년 충북 괴산 출생 ▲ 1960년 경기고 졸업 ▲1967년 서울대 법대 대학원(법학석사) 졸업 ▲1974년 미국 플로리다대(정치학 박사) 졸업 ▲1975년 한국외국어대 교수 ▲1994년 한국외국어대 총장 ▲1995년 한국정치학회 교육위원장 ▲2005년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2006년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장 ▲2008년 대통령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