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호 2009년 1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海東六龍이 古聖과 同符하시니…"를 아시나요

지난 10월 9일부터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슴 뿌듯해지는 일이 생겼다.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늠름히 앉아 계신 세종대왕님 앞을 걸어서 지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님 금빛 동상 아래 쪽에 경쾌하게 디자인된 한글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에는 대왕님의 후손으로서 대왕님께 좀 죄송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왕님이 한글을 만드신 한글대왕님 만이 아닌데 어찌 한글로만 추앙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세종대왕 때 지어진 용비어천가를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라는 구절로 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구절은 용비어천가의 제2장 첫머리다. 제1장의 첫머리는 이렇다. '海東六龍이 나라샤 일마다 天福이시니, 古聖이 同符하시니…'. '해동육룡'이란 목조, 익조, 도조, 환조, 태조, 태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고성이 동부하다'는 말은 '중국의 옛 성인들과 똑 같으시다'는 뜻이다. 세종대왕님 때 지어진 이 용비어천가 첫머리를 보면 세종대왕님의 중국에 대한 놀라운 자신감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해동육룡이 중국의 옛 성군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씀이다.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나랏 말씀이 중국과 달라…' 백성들이 제 뜻을 제대로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한글을 만드셨다는 거 아니신가.
세종대왕님의 동상이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세워지기 8일 전인 10월 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최신예 전투기가 총동원됐다. 중국은 우리가 눈을 의심해야 할 만큼 빠른 속도로 날로 커지고 힘이 세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커지고 힘이 세진 들, 세종대왕님 당시의 중국보다 위협적이었을까. 아직도 전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7.25%밖에 안 된다. 작년 말 세계은행 통계로 미국이 23.5%이고, 우리도 1.78%이니 중국은 우리의 4배 정도밖에 안 된다. 뭐, 가슴 떨려 할 것도 없고, 앞으로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차이를 좁힐 수도 있다. 중국 자신들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자랑스런 서울대 선후배 동문 여러분들이시여, 중국이 갈수록 커가는 시대에 우리는 용비어천가의 제1장 첫머리를 呪文 삼아 읊조려 봅시다. "해동육룡이 나라샤, 고성이 동부하시니…". 언제든 한국이 중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우리 서울대인들이 누구보다 앞장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