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호 2009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위장전입' 바이러스

요즘 우리 사회의 으뜸 화두는 단연 '위장전입'이 아닌가 싶다. 좋든 싫든, 하나의 세태가 돼버린 듯한 느낌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손해를 볼 수 없지 않느냐는 식이다. 새 정부의 제2기 내각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도 또다시 단골 메뉴로 드러났다.
문제는 위장전입이 엄연히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주소만 서류상으로 슬쩍 옮겨 놓는다면 그로 인한 법률적, 행정적 혼란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허위로 주소를 신고할 경우 주민등록법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규정은 거의 사문화돼가고 있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서로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법규라 할 수 있겠는가. 법과 원칙을 앞세운다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동안 드러난 지도층 인사들의 위장전입 사례를 보면 대체로 자녀의 학군 배정이 주요 목적이지만 부동산의 편법 취득을 위한 목적도 적지 않다. 사안에 따라 경중을 가릴 수는 있겠으나 어느 경우도 떳떳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발뺌만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위장전입이 관행처럼 이뤄지다 보니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어느 정도까지는 묵인해 줘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긴 하지만 법규 위반을 놓고 타협하겠다는 모양새는 어딘지 민망스럽다. 음주운전 경력만 있어도 고위 공무원 승진에 제동이 걸리는 판에 국무위원을 임명하면서 법규를 뒷전으로 돌리자는 주장이니 말이다.
사실, 인사청문회를 열면서 홍역을 치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청문회 때마다 비슷한 문제들이 제기되곤 했다. 위장전입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에 세금탈루, 논문 중복게재, 자녀의 병역관련 의혹 등이 빠지지 않고 도마에 올랐다.
후보자의 업무 능력을 따지기보다 도덕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는 현행 인사청문회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도덕적인 부분을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서도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정부에 대한 신뢰의 붕괴와 함께 자칫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 불감증을 부추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를 떠나서도 어떤 식으로든 특단의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계속 이렇게 나가다간 누구라도 기회가 잡히면 선뜻 위장전입을 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순진하게 법규를 지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일수록 유혹의 느낌이 더 끈끈할 것은 당연하다. 위장전입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 모두가 좀더 뻔뻔스럽고 탐욕스런 강심장으로 변해 가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