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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2009년 9월] 기고 감상평

권력세습이 가능한 이유는?




 요즈음 북한의 金正一국방위원장이 그의 아들 김정운에게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세습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봉건시대도 아니고 명색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한다면서 어떻게 한 나라의 권력 대물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외국에서는 세기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권력세습이 어떻게 해서 가능하단 말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북한의 사회주의 조선노동당 독재에서 비롯된다. 알다시피 북한의 법제도를 보면 사회주의 헌법이 있고 그 위에 조선노동당 규약이 군림하고 있다. 헌법을 최고 규범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는 딴판이다.

 따라서 조선노동당 규약은 북한의 최고 법규범으로서 조선노동당의 정체, 창립경위, 당면과제, 대내외 운영 지표 등 국정 전반을 광범위하게 규정함으로써 국가 권력의 원천이 되고 있으며 이 같은 당의 노선에 위배되는 국정 행위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이 규약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조선노동당은 金日成이 창건한 마르크스, 레닌주의 혁명당이며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선봉적, 조직적 부대이며 근로대중 조직체 가운데 가장 높은 혁명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조선노동당은 金日成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밝히면서 조선노동당의 당면목표는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해 최종적으로는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당규약은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하기 위해 당 건설과 당 활동에서 당의 唯一思想 체계를 세우는 것을 근본원칙으로 삼는다고 규정함으로써 金日成 우상화를 철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이라는 것을 따로 마련해서 권력의 세습을 당의 이름으로 보장, 구체화시키고 있다.

 즉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은 金日成이 영도하는 金日成시대에 살고 투쟁하고 있으며 이런 때 金日成을 수령으로 받들고 있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인민의 최대 영예인 동시에 행복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金日成이야말로 인민들이 수 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맞이하고 있는 위대한 수령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추켜세우고는 그를 조선노동당의 창건자이며 영도자라고 단정지었다.

 여기에 덧붙여 金日成은 혁명무력의 창건자인 동시에 최고사령관이라고까지 치켜세웠다.

 따라서 그들은 金日成이 개척한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 완성해 나가도록 해야한다고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민이 金日成을 목숨걸고 지켜야하며 그의 위대성을 안팎으로 널리 선전하고 그 권위를 절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권위와 위신을 훼손시키는 일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으며 심지어 金日成의 초상화, 석고상, 동상, 초상휘장, 金日成의 초상화를 담은 출판물, 수령을 형상한 미술작품, 金日成의 현지 교시판, 당의 기본 구호까지 정중히 다뤄야 하고 철저히 간직하고 지켜야 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金日成일가의 권력세습은 북한의 최고 규범인 조선노동당규약에 근거한 당연한 법집행이라 하겠다.

 수년 전 운동경기 응원을 위해 우리나라에 온 북한 여성들이 비오는 날 차를 타고 가다 북한을 상징하는 형상이 담겨있는 현수막이 비바람에 뜯겨 땅바닥에 나둥거리는 것을 보자 차를 세워 나가 현수막을 부둥켜안은 보도화면을 보고 우리는 웃었지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무이며 이를 그대로 지나치면 중벌로 다스려진다는 사실을 알면 충분히 그 속내를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할 때 金日成일가의 권력세습은 사회주의 노동당 독재 체제가 존속하는 한 핵문제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돼 세기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