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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2009년 9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법제화



 인공호흡기와 같은 연명장치는 급성질환으로 위독한 환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의학발전의 큰 성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가 임종을 맞이하는 대다수 환자들에게도 적용되면서 환자 입장에서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 임종 단계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택이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임종의 전 단계에서 어느 선까지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 사이의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연세대 병원에 입원하며 연명치료를 받고 있던 김할머니 가족의 인공호흡기 제거 요청을 허락한 법원의 판결은 존엄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때가 됐다는 사회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면 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우리나라 국민의 가치관과 의료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법조계, 종교계, 의료계와 생명윤리단체 등의 각계 전문가와 연속 토론회를 열고 기본원칙을 정했다.

 이번에 도출된 기본 원칙에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으나 안락사나 의사의 조력에 의한 자살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한 말기 상태 판정은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2인 이상이 하도록 했으며, 의학적 판단에서의 불확실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각 병원에서 의료윤리 분야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병원윤리위원회에 제도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자기 결정권과 관련해서는 △의사는 환자에게 완화의료 선택과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영양, 수액공급과 통증조절 등 기본적 의료행위는 유지돼야 하며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거부의사를 밝히면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식물상태의 환자를 '무의미한 연명치료대상'에 포함할지 여부,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치기로 했다.

 또한 용어 문제에 있어서도 '존엄사'라는 표현대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용하자는 통일된 의견이 나왔다. 

 언제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자신과 가족의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법제화하는 것에는 아직 논란이 많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축이 돼 어렵게 합일점을 찾은 최소한의 원칙들은 법제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기는 하나, 종교계는 생명경시 풍조를 이유로 반대하고 시민단체에서는 경제적 문제로 '연명치료중단'을 선택하는 환자가 있을까 염려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보호자들의 요구로 연명치료중단에 관여한 의사들이 살인죄로 기소된 예를 들어 의사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법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그러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는 환자 본인의 권리를 찾아주자는데 의미가 있다. 논의의 본질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관한 것이다.

 김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첫 존엄사 집행'으로 보도한 언론은 김할머니가 생명을 이어가고 있자 의료적 판단과 법적 판단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그것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환자의 죽음을 '집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생을 품위 있고 편안하게 보내고자하는 환자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