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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2009년 9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장학금이 국가경쟁력이다



 "잘 키운 대학 하나 열 기업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오늘의 지식정보산업사회에서 국가경쟁력 제고의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는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지난 5월말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55개국 가운데 종합 27위였으며, 특히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51위였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주체로 평가받은 지 오래지만 교육경쟁력면에서는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교육경쟁력은 교육에 대한 투자, 재정지원으로 결판난다. 하버드대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명문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과감한 교육투자, 특히 학생들을 위한 재정지원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하버드대 발전의 역사는 기부금(endowment) 모금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하버드대는 영국식민지시대인 1636년 목사양성에 필요한 종교교육을 위해 설립됐으나 학교명은 2년 후인 1638년 많은 재산을 기증한 영국인 목사 존 하버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이러한 기부전통은 오늘에 계승돼 2008년말 기준 하버드대 기부금(발전기금) 보유액은 무려 3백69억 달러(46조1천2백50억원)에 달했다. 이와 같은 발전기금에 힘입어 현재 연소득 6만 달러 미만 가정의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 등 학업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연소득 18만 달러가 안되는 가정의 학생들에게도 학비를 가구수입의 10%이하로 내리는 등 대대적인 학비경감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버드대와 경쟁관계인 예일대와 프린스턴대도 파격적인 장학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면 세계 대학 순위 50위(2008년 더 타임스 평가) 서울대의 실상은 어떤가? 李長茂총장 취임 후 발전기금 모금액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보유액은 3천억원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모교가 지원한 발전기금 5백46억원 중 학생장학금은 35억원(6.4%)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안타깝게도 장학금을 받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던 학생이 1천8백33명에 달했다. 서울대총동창회는 지난 8월 20일 재학생 1백21명에게 2009년도 2학기 장학금 3억2천9백여 만원을 지급했다. 1980년 이후 지급액을 합치면 총 4천4백12명에게 68억7천3백16만원(각 단과대학동창회 지급액은 불포함)의 장학금이 돌아간 셈이다. 모교는 2025년 세계 10위권 초일류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하기 위해서도 지금이야말로 우리 다함께 장학빌딩 건립기금과 발전기금 모금캠페인에 적극 참여할 시점이다.
 〈徐玉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