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2009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가지 않은 길'을 가라

'불안전한 이동이 우리의 삶을 이끈다.'
책을 읽다가 부딪힌 한 구절의 글이 마음을 흔든다.
가끔은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아무 문제없이 술술 굴러가는 삶의 의미를 반추해 볼 때가 있는데 이즈음에 문맥 전후 상관없이 꽂힌 글이 이 대목이다. 내가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 벌써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것, '노마디즘(Nomadism)'을 떠올린 까닭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가 현대철학의 한 개념으로 재규정한 용어 '노마드(Nomad)'는 원래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말이지만 철학적으로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를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젊은 날에 인생을 대하는 꽤 멋있는 자세로 생각돼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던 내 안의 나침반이기도 했다.
한민족의 핏속에 '노마드'의 피가 강하게 흐르고 있단다. 인류의 발상지로 일컬어지는 중앙아시아 지방으로부터 몽골과 만주, 그 긴 여정 끝에 아시아의 동단 한반도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한민족은 그중 가장 용기 있는 '노마드'가 아니었나 싶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명품 수집 등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여행, 레저, 공연 등 무형의 경험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상 속의 풍부한 경험으로 삶을 풍족하게 만들려는 이들 삶의 자세도 참 멋져 보인다.
'안전함'에 기대는 삶처럼 재미없는 삶은 없다. 세월에 비례해 자신과 결부된 온갖 삶의 잡동사니들로 짐을 늘려 가는 '정착민의 삶'을 살기보다는 '불안전'해 보이는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며 짐이 되는 것을 버려가는 '유목민의 삶'을 살기를 '젊음'에 권고한다.
도서관에서 읽는 책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휴가철을 맞아 모처럼 자신만을 위한 시간계획이 가능해진 '대학인'들에게 '노마드'가 되어보기를 권한다. 최소한의 짐을 꾸려 내일 새벽에라도 떠나보자. 상당히 '불안전'해 보이는 길일수록 더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