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2009년 8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예절이 국력이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퇴근시간, 사무실 빌딩 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7층에서 탄 4명의 여직원들이 무언가 열심히 떠들고 있다. 6층에서는 청년 3명이 타면서 잡담을 계속하고 있다. 5층에서도 서너 명의 젊은 남녀들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히히덕거리고 있다. 순식간에 만원 엘리베이터가 호떡집 불난 것처럼 시끄럽다. 참다못해 '노땅'티를 내고 말았다. “서로 조용히 좀 합시다!” 한마디에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순식간에 멈춘 듯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지난 봄 일본 규슈지역의 온천장, 입구에 여러 켤레의 슬리퍼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다. 내 자신도 무심코 슬리퍼를 벗고 들어가려다 바로 뒤따라 들어오던 일본인이 게다를 벗어 신발장에 넣는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내 슬리퍼를 신발장에 넣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들은 이야기가 충격적이다. 온천장 주인은 탕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한국인 손님이 몇 명이고 일본인 손님이 몇 명 왔는지를 손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과 아무데나 마구 벗어 놓은 신발이 각각 몇 켤레인가 세어보면 된다는 것이다.
예절이란 과거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위한 예절로 보편화되면서, 한마디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공중도덕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오랫동안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 받아오던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남을 배려하는 공중예절을 고리타분한 유산으로 치부하고, 자기의 편익만을 좇는 파렴치한 행위를 신세대 특권쯤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회병리현상은 결과적으로 곳곳에서 타협보다 자기 주장만을 관철시키려는 '떼法' 문화를 고착시킴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국력이 소모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절과 法治가 바로 서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Noblesse Oblige'에 솔선수범하는 서울대 동문들이 예절지키기 범국민운동에 앞장설 때가 아닌가 싶다.
〈金仁圭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