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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호 2009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기부 담당 부총장을 두자



 막스 웨버는 근대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자본가들의 금욕주의적 청교도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고 보았다. 오늘날 시장 중심의 선진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 등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것은 기부문화와 자발적 봉사정신을 포함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도 한 몫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지난 5월초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테드 터너, 오프라 윈프리 등 10여 명의 세계적 갑부들이 뉴욕의 맨해튼에서 `은밀한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선 활동을 어떻게 더 확대해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과 같은 억만장자들이 미국사회에서 존경받는 이유다.

 기부는 자신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며,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기부자들이 기부를 할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기부자산이 자신의 기부 취지를 잘 살려 보람있게 사용되는 것을 원한다. 최근 서울대 발전기금의 기부 추이를 보면, 비동문이나 단체(기업)의 기부가 현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 동문들만의 기부가 대종을 이뤘던 데 비해, 우리의 기부문화가 크게 성숙돼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 4월 전은기·김은희 씨 모녀가 경기도 이천에 있는 전통 한옥의 문화재급 고택과 주변 토지 3만평을 기부했다. 이 모녀는 동문이 아닌데도 서울대에 기증한 이유는 조상 대대로 간수해온 고택을 잘 보존하고, 가치 있게 사용하는 데는 서울대가 가장 적임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부자가 기부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뢰라는 것을 말해준다. 기부자산이 잘 운용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동문 여부를 떠나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신뢰를 확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는 서울대의 발전 비전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잠재적 기부자들을 찾아가 그가 원하는 `맞춤형 기부자산 운영안'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차제에 `기부담당 부총장'을 별도로 둬 `기부금 전담 마케터단'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보자.
〈李慶衡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