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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호 2009년 5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젊은 동창들의 호프데이




 숫자는 디지털세대를 대변한다. 그런데 아날로그세대에도 몇 가지 숫자가 붙어 있다. '58 개띠'나 '386' 같은 말이다. 58개띠란 말에는 전후 세대의 끈질긴 생존력이 느껴진다. 盧武鉉시대와 함께 무너진 '386'이란 말도 숫자가 갖는 용서 없는 각박함을 드러낸다. 巨山, 後廣, 雲庭이 어느 날 갑자기 YS, DJ, JP로 바뀐 것처럼 운치가 사라졌다.

 같은 세대를 지칭하지만 '7080'이란 숫자에는 추억이 배어 있다. 시커먼 교복을 입고 통기타를 퉁기며, 건빵에 양은도시락까지 내놓고 추억을 파는 술집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복고풍이 유행이다. 라면 같은 물건에서 뮤지컬, 자동차로 확대되고, TV에 고정프로까지 생겼다. 심지어 어린 여가수들의 노래에까지 스며들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손담비' 같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다. 어린 가수인데도 50대인 우리까지 흥얼거리게 하는 리듬이다.

 과거 어느 세대도 누리지 못한 호강이다. 이런 특별대접이 '58개띠'류의 그악스러움 때문이라면 천박하다 해도 좋겠다. 그런데 이 세대가 아직 소비주체이기 때문이란다. 젊었을 때도 돈을 쓰고 다니더니, 나이가 들어서도 지갑을 열어놓고 다니는 건 우리뿐이란 말이다. 다음 세대가 누릴 즐거움을 빼앗았다는 말로 들려 거북하다.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었단다. 그 중에도 젊은 층의 실업률은 정말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현재 실업률이 30대는 3.9%, 40대와 50대는 2.9%, 2.4%인데 20대는 8.7%나 된다. 한 달만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 않은 사람을 경제인구에서 제외하고, 일주일에 3~4일 2~3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만 하는 사람도 취업자로 쳐서 그 정도다. 그러니 열 지갑이 있을 리 없다.

 추억 마케팅의 주역인 우리도 동창회에 나가면 막내급이다. 이마저 우리 세대의 잘못인 것 같은 턱없는 착각에 가끔 마음이 무겁다. 실업률이 서울대 후배들의 발길을 묶어놓은 건 아닐 텐데도 말이다.

 동창회는 추억만 파는 모임이 아니다. 후배를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축음기에서 남인수의 노래를 듣자는 건 아니다. 가끔은 다음 세대의 목소리에 추억을 버무려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도 필요하지 않을까.

 4월 28일엔 새내기 기자들과 선배기자들이 어울려 호프데이를 열었다. 기자생활을 잘하기 위해 마음을 열고 대화했다. 젊은 동창들이 동창회에 참여하는 출발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