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호 2009년 3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

金壽煥추기경의 선종은 많은 국민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모처럼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큰 어른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아쉬운 마음들이 끝없는 추모 행렬로 이어졌다. 경제 위기로 모두 힘이 빠져 마음 둘 곳을 모르고 있던 때 金추기경의 일생은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좌표가 됐다.
무엇이 국민들로부터 한마음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만들었을까?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과 독재자 면전에서도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는 범인들이 좀체 따라 하기 힘든 일이다. 추기경이 국민에게 한결 더 친근하게 다가간 요소는 스스로를 `바보'라 표현하며 낮추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남이 우러르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 자칫 떠받들림에 익숙해져 `자존'에 빠질 수 있는데도 억눌리고 소외된 서민들의 아픔을 보듬으려는 빈 마음이 특정 종교 수장을 넘어 온 국민의 어른으로 남게 했을 것이다. 어려운 이웃에는 아낌없이 베풀었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절약하며 검소하게 산 모습이 더욱 인간적 매력을 풍긴다.
서울대학교 총동창회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중흥 비전과 도약 플랜'을 선포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동창회', `모교와 함께 하는 동창회', `동문에게 다가가는 동창회'를 기치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른 만큼 총동창회 역시 그에 걸맞은 품격 있는 위상을 지녀야 할 것이다. 꾸준한 장학 사업으로 모교 후배들이 면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첫째 소임이다. 동창회가 소위 잘 나가는 동문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모임이 아니라 뿔뿔이 흩어져 있는 서울대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모교 발전에 동참하고 헌신할 계기를 수시로 부여하는 전후방 기지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만의 자랑, 서울대 동문만의 자랑은 한둘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왔고, 그에 따른 혜택과 부러움, 대접도 받아 왔다. 반면, 서울대 출신이기에 느끼는 중압감이나 때로 사회생활에서의 역차별도 적지 않다. 다소 부풀려진 감은 있지만, 서울대 출신에게 따라붙는 `이기주의'란 오명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를 가장 지혜롭게 헤쳐 가는 길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낮추고 베푸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냉철한 이성의 머리에 뜨거운 감성의 가슴을 열어야 주위에서 사랑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범인들이 감히 金추기경을 흉내 낼 수야 없겠지만, 먼발치에서나마 좇아가려 애쓰다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