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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2009년 2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은 정당한가?



 작년 11월 28일 서울 서부지법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김씨ㆍ75세)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자식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이 보도는 이 판결을 `존엄사' 또는 `소극적 안락사'와 관련되는 문제로 오해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 판결은 적극적 안락사 및 모든 유형의 치료중단에 관해 다룬 것이 아니고, 환자의 회복가능성이 없어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 의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인공호흡기 제거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며 특히 재판부가 "김씨 자녀들의 독자적 치료중단 청구는 기각했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처럼 이 재판은 존엄사나 비윤리적인 안락사를 다루거나 인정한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판결에서 우리는 윤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첫째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가 바르게 행사됐는가? 둘째 `그 환자의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누가 내리는가? 셋째 담당 의사가 해당 병원의 `병원윤리위원회' 또는 `기관심사위원회'(IRB) 심의를 거친 후 계속 치료행위를 했느냐는 점이다.

 첫 번째 물음에 대해서, 재판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가 바르게 행사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환자가 사전에 친권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자기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한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환자의 정황에 따라 이를 `병원윤리위원회'나 권위 있는 기관(법원)이 대리할 수도 있다.

 참고로 `유럽연합 생명윤리협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 환자가 현재 자신의 상태 및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더라면 표시했을 진정한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어서 "현재의 절망적 상태 및 기대 여명기간, 현재 나이 등을 고려하면 김씨는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이를 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환자의 이익에 반한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움으로 비윤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판결문에서 자녀들의 독자적 치료중단 청구를 기각한 것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생겼을 때, 파생될 수도 있는 소위 `소극적 안락사'의 인정여부와 같은 위험과 오해를 상당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물음에 대해서, 그 환자의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지 아니한지 판단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담당 전문의의 소관이다. 만일 전문의가 의사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치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전문의의 의견은 존중돼야하나 죽음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담당 의사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병원윤리위원회의에서 심의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담당 의사나 병원당국이 자기방어라는 점을 고려하거나 관례에 따라 처치를 고집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래서 환자의 친권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을 요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