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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2009년 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美대통령 취임식은 새벽까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의사당 취임 선서와 연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새벽까지 워싱턴 일원의 여러 무도회장에서 떠들썩하게 진행된다. 막 `당선자' 꼬리를 뗀 대통령 부부가 새벽까지 이곳들을 순례한다. 이 행사들은 우리 생각과 달리 극히 상업적이다. 참석자 대부분이 비싼 표를 사서 오고 입장권 액수와 파티의 정치적 비중에 따라 대통령이 머무는 시간과 연설 내용, 악수의 범위가 달라진다.

 `젊음'을 강조해온 오바마는 20~30대 젊은이들이 참석하는 youth ball을 언론에 공개하고 오래 머무르면서 부인과 춤을 췄다. 취임식 준비위는 아직 넉넉하지 못한 젊은이에게 접근을 허용한다는 뜻에서 이 표를 70달러에 싸게 팔았다. 오바마가 오래 그리고 은밀하게 머무는 파티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다. 취임식에 참석한다고 폼 잡으면서 떠난 우리 정치인이 얼마나 센 지는 누가 주최하는 연회에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송특파원에게 파는 취임식 취재석의 입장권도 상당히 비싸게 팔아 준비위가 돈을 챙긴다. 언론 배려를 당연시하는 미국의 상식과 관행에 어긋나지만 비싼 표를 사야 근사한 스탠드업을 만들 수 있으니 다른 도리가 없다.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양당 전당대회를 취재할 경우에도 방송기자의 스탠드업용으로 행사장 시간과 장소를 파는 것을 보면 취임식이 예외적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이렇게 대통령 취임식이나 전당대회를 운영했다가는 비판과 비난 때문에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취임식 행사비용을 참석하고 싶은 지지자로부터 걷음으로써 상업적 내지 자본주의적 발상과 민주주의 사고가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공적 명분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런 국가적 행사뿐 아니라 학교나 지역사회의 행사도 비슷하다. 행사의 일부를 팔 수 있는 건 팔고 기부를 끌어낼 수 있으면 받아들인 뒤 그래도 모자라면 공적 기관에 손을 벌린다. 그렇다고 해서 명분과 목적을 훼손시키지도 않고 행사가 상업적으로 흐르지도 않는다. 많은 돈을 낸 사람과 기관에 대해 우대하지만 지나친 예우를 요구하거나 예우해 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사가 잘못되면 다음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래 공적과 사적 영역을 철저하게 구분하면서 공적 부분에는 근엄과 엄숙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깨끗하지 못한 구석이 숨어있고 형식에 치우칠 수 있다. 우리가 미국식을 그대로 따라가긴 불가능하지만 이런 논리와 방법론을 빌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축제를 즐길 방도를 강구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