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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호 2009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일합동법률사무소 金平祐변호사

로스쿨에 맞춰 변호사 職域도 확대해야


오는 3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2천여 명의 신입생을 받아 개원한다. 3년 후면 졸업생 중 상당수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 법조계에 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에 따른 법률시장 시스템엔 변화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서일합동법률사무소 金平祐(법학63~67)변호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미국은 변호사의 업무범위가 넓기 때문에 변호사 숫자에 민감하지 않지만 우리는 변호사 직역이 수사, 재판, 국제거래 업무 정도로 제한적이라 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변호사 숫자만 증가하고 직역이 계속 제한되면 수년 전 의약분업 파동 때의 젊은 의사들처럼 삭발투쟁을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金변호사는 “변호사가 될 때까지 수천만원의 학비를 대출 받는 학생들에 대해 생활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대출금 상환을 연장시켜줘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젊은 변호사 수백명이 신용불량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사법연수원을 나오기까지 평균 5년 이상을 백수로 지내다 보니 은행 빚을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료 후에도 변호사로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빚을 내 사무실을 차린 후 돈을 벌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죠. 다른 건 몰라도 학자금 대출은 유예기간을 길게 줘야 합니다."

소설가 金東里선생의 차남

 현대소설의 거목 金東里선생이 金동문의 부친. 경기고교시절 이과였으나 부친 권유로 법대에 진학해 수석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잘 쓰는데 너는 왜 못 쓰느냐' 그런 말이 부담스러워서 문학 쪽은 일찍 접고 다른 분야로 갈 것을 생각했습니다. 선친 작품 가운데 `사반의 십자가'를 가장 좋아합니다. 인간 내면의 고뇌라 할까. 모교 李長茂총장과 동북아역사재단 金容德이사장이 친구로 50년 가까이 단짝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민사지법, 충주지원 등에서 판사를 하면서 82년 일찌감치 변호사 길로 들어섰다.

 “하버드 로스쿨 수료 후 변호사 개업을 했어요. 변호사가 시민의 입장에서 권력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인이란 생각에서였죠. 판사보다 적성에도 맞았고요. 제게 `자유'란 말은 가장 소중하고, 삶 그 이상이죠."

 올해로 만 27년. 서슬 퍼런 5공 시절 국제상사 해체 사건의 위헌 판결과 신군부의 재산 압수에 대해 불법 판결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 법조계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게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2월 말 실시되는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金동문은 변협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다. 사무총장 재직 때 `직능단체 강제가입 폐지조항'으로부터 변협을 지켜내 변호사들의 이탈 없이 지금의 변협을 유지시킨 게 보람이라고 했다.

 金동문은 “변호사업계가 너무 어려운 처지에 있어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해 나섰다"고 했다.

 그의 출마변은 이렇다. “첫째는 회장 선거제도가 간선제여서 전국 변호사들의 힘을 통일시킬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변호사 직역확대를 하려면 외부 세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다양한 사회 경험 없이는 새로운 직역을 만들어 낼 수 없어요. 지금까지 변협에서 일했던 분들이 서초동 중심의 경험밖에 없어서 시각이 좁지 않았나 싶습니다."

 金동문은 준법시스템 도입, 변호사 법정 설치, 아시아태평양 중재센터 유치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금융기관은 금감원이 준법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있으나 법을 가장 잘 아는 변협에서 인증제를 도입해 공공기관까지 준법 감시 기능을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그는 “준법시스템 인증제는 각 금융기관, 공공기관들이 얼마나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매뉴얼화해 등급을 매겨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각 기관들의 준법시스템이 향상되고 변호사들의 직역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법정'은 소액 생활 분쟁을 변호사들이 해결하는 제도. 그는 “몇 백만원의 소액 생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몇 달을 기다리며 법원을 들락날락하는 건 낭비"라며 "변호사 법정을 만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일반인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법조일원화ㆍ정보 공개 주장


 “30년 전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들이 파트타임 법관으로 활동하는 것을 인상깊게 봤습니다. 작은 문제들까지 일일이 판사가 재판할 필요가 없거든요. 판사는 어려운 법률문제를 해결하고 작은 생활문제들은 변호사들도 재판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동네에 생활법정을 설치하면 변호사 일도 늘어나고 시민들도 아주 좋아하겠죠."

 `아시아태평양 중재센터' 유치는 변호사의 직역확대는 물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높일 수 있는 제안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지역이 됐지만 사법제도는 아직 갖춰지지 않아 중국에 진출한 많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분쟁에 휘말리는 게 다반사. 이에 따라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가 중재센터를 유치하면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 와서 법률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金平祐동문은 이외에도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은 듯했다. 특히 법조일원화, 사법정보 공개를 강력 주문했다.

 “법조일원화는 예전부터 논문 등을 통해 주장했던 내용인데, 젊은 사람이 판사를 한다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경륜 있는 사람이 판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사법정보 공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대법원 판결은 공개되지만 1, 2심 판결은 변호사와 일반인에게 공개가 안 되고 있거든요. 사생활 보호가 철저한 미국도 판결문을 비롯한 준비 서면, 답변서, 상고이유서 등을 모두 공개합니다. 법치문화 발전을 위해서 꼭 공개해야 합니다."

 그는 변호사 개업 후 서울변호사회 섭외이사ㆍ외국법연수원장, 변협 사무총장, 사법개혁 연구위원장, 대한공증협회 부회장, 세계한인변호사회 회장, 서강대 법학과 교수, 한국 하버드 로스쿨 동창회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변협은 대법원장과 특별검사 추천은 물론 공공기관 등에 법 관련 심의위원들을 추천하고 시민의 소리를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변호사의 상머슴을 자처한 그의 좌우명은 정직과 겸손이라고 했다. 

                                                                                                          〈李相起논설위원ㆍ한겨레신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