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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2008년 12월] 기고 감상평

변호사의 인구론



1798년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론'이라는 책에서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불균형 상태가 계속되면 빈곤이 구조화돼 사회의 하층계급부터 기아가 발생, 끝내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맬서스의 `우울한 예견'은 대부분의 나라와 지역에서 빗나갔다. 그런데 불행히도 맬서스의 우울한 예언이 오늘날의 우리 변호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2000년 개업변호사 수는 4천2백28명이었다. 그런데 2008년 10월 16일 현재 개업변호사 수는 8천9백17명으로 2배를 훨씬 넘었다. 최근 8년간 늘어난 수가 그 이전 수십년 동안의 개업변호사 수를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 1인당 평균 본안 사건 경유 건수는 2002년 38건에서 2007년 32건으로 줄었다. 식량은 줄고 인구는 늘어난 셈이다. 과연 맬서스의 우울한 예견대로 최근 몇 년부터 우리 주변에는 생활비도 못 버는 빈곤층 변호사가 나타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바로 개업한 젊은 변호사들의 대다수가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는 중견 변호사들과 소형 로펌 및 공동사무실의 변호사들까지도 상당수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2012년부터는 매년 약 1천5백명 이상의 로스쿨 변호사가 대량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반면 향후 수년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는 호전의 기미가 없다. 이렇게 되면 변호사업계의 빈곤은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끝내는 변호사 사회의 상층부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조차도 적자를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참으로 우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연로한 변호사들은 괴테처럼 `내가 젊은 변호사가 아닌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金大中․盧武鉉정부하에서 변호사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나아가 미국식 로스쿨 제도까지 도입한 것은 미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에 비하면 한국의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너무 많아서 변호사들이 특권층 내지 부유층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변호사의 숫자를 대폭 늘려 시장 논리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기본 발상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변호사와 한국 변호사의 직업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변호사의 직역인 1차 법률시장과 세무사, 공인중개사, 법무사 등 수많은 인접 직종의 직역인 2차 법률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검찰수사 업무, 법원의 송무 업무 그리고 국제거래 업무가 변호사의 직역 즉 1차 법률시장이고 나머지 법률업무는 타 직종의 직역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변호사의 직역과 중첩되는 직종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변호사의 직역확대를 가로막는 제약이 없으므로 매년 수만명의 변호사가 늘어나도 변호사의 일거리 부족 문제는 크게 생기지 않는다.(다만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변호사의 과잉공급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져 경제가 망한다는 변호사 망국론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은 미국과는 달리 변호사의 직역이 매우 제한돼 있어 변호사 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변호사의 수입이 줄어드는 소위 비탄력 구조이다. 문제는 변호사의 빈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는 최상위의 지식층일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으로 발언권이 강한 계층이다. 만일 젊은 변호사의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된다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분쟁들까지 변호사들이 법정 송사로 끌고 가 분쟁을 오히려 조장, 확대하는 부조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에는 몇 년전 의약분업 파동 때 봤던 젊은 의사들의 삭발투쟁이나 최근 쇠고기 파동 때 나타난 실직 젊은이들의 촛불시위 같은 집단행동에 나아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변호사들의 삭발투쟁, 촛불시위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러한 재앙을 막으려면 변호사의 숫자 증가를 중단하거나 아니면 변호사에게 일거리를 늘려줘야 한다. 그런데 내년 3월에 개교하는 로스쿨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변호사의 일거리 확대뿐이다. 문제는 어떻게 변호사의 직역을 확대할 것인가이다.

 직역확대의 첫 번째 길은 현재의 변호사 시장, 즉 1차 법률시장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도시재개발사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수사단계에서 변호사의 참여를 강제화 내지 제도화하고 나아가 재판의 증거조사 절차에서 변호사(소송대리인)의 증거조사권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관치 사법 및 수사관행과 제도를 바꿔 변호사의 활동 공간을 넓힘으로써 변호사의 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관 및 검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어 사법절차가 신속해지고 국가예산도 줄어 국민에게 매우 유익하다. 일종의 사법개선이다.

 둘째 방법은 새로운 법률시장, 예컨대 신용조사, 사설탐정, 컨설팅 업무, 로비 업무, 입법보좌관, 파산관재인 등 미국에서는 당연히 변호사 직역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변호사들이 직역으로 제도화돼 있지 않은 분야를 변호사의 직역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변호사 직역의 확대는 법조계의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변호사들이 삭발데모나 촛불집회 같은 단체행동을 하는 재앙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만일 변호사들이 그렇게 나간다면 이는 스스로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돼 변호사 직업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변호사 직역의 확대는 변호사들이 합심해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을 사법부,검찰, 국회 및 언론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직역확대의 필요성을 설득해 지지를 얻는 법치주의 방법으로 실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