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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2008년 12월] 인터뷰 동문을 찾아서

동문을 찾아서





 李明博정부의 탄생과 출범과정에서 金仁圭(정치69­73)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만큼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또 있을까 싶다. KBS 공채 1기로 30년 이상 방송인의 길을 걸으면서 대내외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었던 만큼 대선을 앞두고 李明博후보 캠프에 참여했을 때, 李明博정부 인수위원으로 발탁됐을 때, 그리고 가장 유력한 KBS 사장 후보로 떠올랐을 때 누구나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촛불의 와중에서 과감하게 KBS 사장 후보의 자리를 던졌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역시 金仁圭답다'고 했다.

 李明博정부 출범 1년이 거의 다 지나도록 새 정부의 방송정책이 뚜렷한 지향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金仁圭 KBS 사장'에 대한 아쉬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金仁圭회장은 IPTV라고 하는 대한민국 방송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에 푹 빠진 듯 했다.

대 담:본보 蔡耕玉논설위원(매일경제신문 뉴스속보국 취재팀장)

 - 최근에는 유력한 KT 사장 후보로도 거론이 되시다가 사장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셨어요. 디지털미디어협회쪽에 아예 눌러 앉으시는 건가요.

 "KT 사장은 무슨…, 그럴 생각 없어요. 이 자리에 와서 인터뷰만 한 20군데 이상 했는데."

 - 그럼 IPTV 관련해서는 많은 얘기를 하셨을 것 같고요. 저는 동창회보를 위한 인터뷰니까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된 이유랄까. 사실 그 전까지는 정치적으로 색이 있거나 그러신 분도 아니었고, 주변 사람들이 강권을 한 건지. 캠프에 합류하게 된 과정과 그때의 솔직한 느낌이 궁금합니다.

 "방송인으로 주욱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 하고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게 맞아요. 그런데 지난해 대통령선거 막바지에 李明博후보 캠프에서 방송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와달라 했습니다. 사실은, 그 1년 전부터 합류 제의가 들어왔는데 정치 특정캠프에서 일하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선거캠프에 몸담는 것 자체가 방송인으로서 약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어요. 그래서 여러차례 고사를 했는데, 개인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커다란 대의를 생각해야 되지 않느냐고 이렇게 설득을 하더라고요. 어쨌든 결단을 내리고 갔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방송인 金仁圭'가 `정치인 金仁圭'로 보여지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습니다."

 - 캠프에 들어가서부터 대통령 당선되기 전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그때 李明博대통령 후보가 야당 후보라서 그런지 몰라도, 李明博후보는 물론이고 주변 캠프사람들이 방송사 TV토론 등에 참여하면 뭔가 불이익을 받을거라는 의식이 팽배했어요. 李明博후보가 다른 어느 후보보다도 방송 TV토론 같은데 가장 많이 나가게 된 것은 우리 같은 방송인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떳떳하게 임하고 만약에 방송이 불공정하게 한다면 국민들이 그걸 다 알 것이다 그렇게 설득을 했죠. 그 부분은 상당히 보람을 느낍니다."

 - 사실 盧武鉉정부 5년 동안 탄핵을 기점으로 해서 KBS나 MBC가 상당히 편향적인 방송을 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인데, KBS 출신 인사로서 어떻게 보세요.

 "불공정 보도, 편파방송 문제인데 사실 방송사에서 제일 고민스러운 게 외부로부터의 편파방송, 시비가 들어올 때입니다. 제가 정치부장도 하고 보도국장도 했으니까 잘 알지만 과거에는 주로 정치권력의 압력이 유일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정치권력의 압력도 있지만 다양한 이익집단들, 내부압력 등 상당히 다양해졌습니다.

 방송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기록이 남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얘기를 후배들이나 동료들하고 많이 합니다. 영향력이 큰 방송이 대통령선거에서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문제입니다."

 - 정권 초기 가장 심각했던 사안이 촛불시위 아니겠습니까. 李明博정부 초기에 엄청난 내상을 입혔다고 평가되는 촛불시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서 두 부류가 있어요. 하나는 순수하게 이게 정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우려 때문에 이걸 막아야 되지 않느냐 그런 뜻에서 나온 순수한 세력이 있고, 또 하나는 이념적으로, 이념의 장을 펼쳐보자 하는 세력이 결합이 된거죠.

 저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대에 선진국 문턱에서 계속 이념논쟁을 벌어야 되나 참담한 생각이 드는데, 문제는 지금 방송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이념논쟁이라는 것이죠.

 방송인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방송의 재원을 만들어주는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프로그램을 서비스할 것인가에 초첨이 맞춰져야하는데 아직도 이념적인 잣대를 자꾸만 들이대는 풍조가 남아 있습니다."

 -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방송사 구조조정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우파쪽에서는 `민심은 천심'이다 이렇게 보는 것 같아요. 그동안 방송이 사유화되고 이념화되고 편향된 부분에 대한 심판이다 이런 평가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KBS를 2003년에 떠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한 발 물러서서 보니까 이미 지상파 위기는 눈에 보였어요. 과거에는 전파를 지상파가 독점했기 때문에 항상 강자의 위치에서 모든 걸 다했죠. 시청률도 독점, 광고점유율도 다 독점으로 갔는데 지금은 지상파를 직접 보는 사람은 10%도 안되고 다 케이블을 통해 보거나 위성을 통해서 보고 IPTV, 인터넷을 통해서 봅니다. 이렇게 소위 콘텐츠 유통과정이 다양화되면서 다매체, 다채널 상황이 됐죠.

 미국은 이미 2001년에 지상파가 비지상파한테 시청률과 광고에서 역전을 당했습니다. KBS에서 2000년부터 뉴미디어본부장을 3년 하는 동안 앞으로 지상파는 모든 면에서 위상이 격감되면서 위기에 빠질거다 예감을 했어요. 위기는 예견됐던 것이긴 한데 다만 그 속도가 가속화된건 경제적인 상황 그리고 정도를 벗어난, 그런 영향을 더 받는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경제난국 상황에서 KBS가 하는 게 뭐 있느냐, 무엇보다도 KBS가 지금 자기들끼리 오래오래 눌러 붙어서 월급 많이 받고 살자 이런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이 된거 아니냐 라는 시각이 팽배한데요.

 "KBS가 우리나라 국가기간 공영방송인데, 직원이 5천5백명이나 되고 특히 지금 문제는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까 이런 부분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돈이 많이 생겼죠. 공영방송이라는 것은 주인이 시청자와 국민이거든요. 그런데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주인이 결코 획일적이지 않고 다원화돼 있죠.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성별, 빈부의 차이 등 너무 다양하니까 공영방송은 이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최대한도로 수렴해서 전달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 일부 젊은 방송인들은 우리 뜻을 그냥 그대로 표출하자 이런 식으로 나갔는데 이건 공영방송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이 안돼서 빚어진 거예요."

 - 방송인들한테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BBC 같은 경우를 보면 어떤 특정한 프로가 진보쪽으로 나가면 다음 번에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보수쪽 프로그램을 또 하나 내보냅니다. 방송사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인데 KBS 같은 경우는 지난 번에 갑자기 국장, 부장, 차장, 기자나 PD 이렇게 4단계 있는 거를 갑자기 팀장과 팀원으로 2단계로 조직개편을 하면서 게이트 키핑이 크게 약화됐죠. 당시 제가 KBS 사외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조직개편에 몇 달 동안 반대하고 그랬어요. 鄭淵珠사장이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겠다 하면서 몇 년을 끌었어요. 이번에 아마 고칠 겁니다."

 - MBC의 경우 일반인들은 민영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소유구조나 방송 주체들의 정체성은 공영처럼 돼 있고 약간 왜곡된 형태인데, MBC 민영화 문제 그리고 PD 저널리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몇 년 전 감사원에서 KBS 감사를 끝내면서 순수한 공영방송이라고 볼 수 없고 상업적 공영방송이라고 분류했어요. 광고비율이 전체 재원의 30% 이내이어야 되는데 이게 전체 50%가 넘었기 때문이죠. MBC 같은 경우는 재원의 거의 90%가 광고죠. 공영방송이라고 볼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하나는 소유주가 누구냐, 그 다음에 재원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 셋째 방송 목적이 뭐냐 이렇게 나눠요. 재원에서 보면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없는 구조인데 소유면에서는 또 공영성이 있어요.

 원래 우리나라 TV가 1공영 2민영이었어요. KBS가 공영방송이고 MBC, TBC가 있었죠.그런데 80년 언론통폐합을 하면서 그 당시에 정권이 TBC를 없애고 KBS로 합치고 MBC도 갑자기 공영방송화해서 2공영 체제가 된거예요. MBC가 공영이라고 하는거는 80년 언론통폐합에 따라서 이뤄진 부자연스러운 공영화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민영방송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SBS가 출현한거죠. 지상파 TV의 경우 2공영 1민영 체제가 맞는거냐 그런 방송구조 문제가 논의돼야하는데 지금은 그런 전체그림 없이 MBC 민영화만 갖고 논쟁이 붙어있는 상태죠."


 - MBC 민영화에 대한 생각은.

 "KBS에서 주욱 보면 공영방송은 오히려 KBS로 1공영으로 하고 차별화해서 지원해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공영방송의 대표격이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인데 다 1공영 다민영 체제거든요. 지금 한나라당에서 국가기간방송법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국가기간방송법이 공익적 채널을 다 모아서 한 회사를 만들자는 취지로 알고 있어요."

 -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파이낸셜 타임즈라든가 월스트리트 저널이라든가 글로벌 언론들이 뚜렷하게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는데요. 방송도 머독, 터너라든가 글로벌한 채널을 갖고 있는 미디어재벌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방송의 국제경쟁력은 어디에 와있다고 보십니까.

 "KBS가 BBC, NHK에 버금가는 세계 3대 공영방송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상당히 뒤처져 있는 상태죠. 최근에 특히 젊은 언론인들은 방송이 국가이익도 대변하면 안된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급해지면 자국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데도 말이죠. 방송이 특정 정권의 이익을 대변하는건 당연히 문제가 있죠. 하지만 국가의 이익에 관한 문제를 정권의 이익으로 연결시키거나 혼동하면 곤란하죠.

 그 예가 FTA인데, FTA협상문제를 마치 정권적인 차원에서 보면 모든 게 다 문제가 되고 풀리지가 않죠. 하지만 이건 국가 이익문제란 말입니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 주인이 국민인데 국가간 이해관계가 대립돼서 당장 우리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생겼는데, 그러면 주인인 국민을 위해서 공영방송은 국가이익을 대변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걸 용납하지 못하는 일부 젊은 언론인들이 상당히 있어요."

 - IPTV는 한국의 방송경쟁력, 특히 국가경쟁력을 감안할 때 우리가 상대적으로 앞서있는 분야잖아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고 보세요.

 "3가지 점에서 인터넷이 뚜렷한 장점이 있어요. 하나는 VOD서비스가 마음대로 되니까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디지털이기 때문에 인터랙티브(interactive)가 되고, 세 번째는 IPTV가 인터넷 기반과 TV를 연결시킨 것이기 때문에 채널의 개념이 무한대로 확장된다는 점이죠. 제가 기자하면서 흑백TV에서 컬러TV로 바뀌는걸 봤는데, 그 변화가 1이라면 방송의 디지털방식에 의한 변화는 100 이상입니다. 그 중에 하나 구현되는 게 IPTV죠."

 - 케이블TV의 경우 공중파의 재탕, 특히 미드․일드 이런 콘텐츠가 휩쓸고 있는 상황입니다. IPTV가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면, 기술이 앞서서 경쟁력이 있는건지 아니면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는건지요.

 "지금 IPTV가 한국이 제일 앞서간다고 하는데요. 우선 IPTV의 기반이 인터넷인데 인터넷망으로 치면 대한민국처럼 잘 깔려 있는 나라가 없어요. 그 다음에 인터넷망을 TV에 연결하는 셋톱박스도 우리가 세계 1위에요. 그런데 거기에 구현될 콘텐츠가 과연 있느냐 문제는 우리가 인터넷방송을 빨리 해서 콘텐츠 사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협회의 첫 번째 과제가 올해 내로 IPTV를 론칭시키는 것입니다. 현재 페루가 리마의 1천만명 인구를 대상으로 IPTV를 통해 교육을 시키고 싶어하는데, 우리하고 상당히 큰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광물자원을 우리한테 주고 그 대신에 이쪽 IPTV를 그쪽에 활성화해달라는 것인데 그쪽에서 제일 큰 목표가 교육입니다. 페루국민의 교육을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서 IPTV를 활용하겠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거기에 계약을 하는데 있어 망사업, 솔루션, 셋톱박스는 다 잘돼 있는데 그 속에 채워질 콘텐츠가 검증이 안된거예요. 이런 나라가 현재 페루만 있는 게 아니라 멕시코, 필리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수십 군데입니다. 대한민국의 차세대 중요한 수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임해야되는데 통신사, 방송사 등 사업자들이 글로벌 마인드가 결여돼 있어요.

 앞으로 훌륭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춘다면 세계시장에서 이 분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 현재 케이블TV의 가장 큰 문제는 심야, 밤 10시 이후의 폭력과 섹스의 난무, 선정성 문제고 인터넷도 근본적으로 선정성, 익명성이 문제인데 IPTV쪽은 이런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다매체․다채널 시대의 세계적인 추세는 콘텐츠가 왔다갔다하는 유통망은 다 풀어주고 콘텐츠에 대해서는 규제를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콘텐츠를 심의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상당히 강화돼야 하고 권한도 과감하게 줘야 합니다. 문제가 되면 아주 강하게 제재를 가해야 되는데 이게 안되면 콘텐츠 문제는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방통융합이 되면서 심의기구는 더 늘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 30년 전에 방송사 들어가는 게 흔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더구나 당시에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오셨는데요.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신문사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주임교수님께서 저더러 KBS가 공채 1기생을 뽑는데 당신이 방송기자 자질이 있으니까 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신문사 간다고 우기니까 이 양반이 이미 외국은 신문보다 방송이 앞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넉넉잡고 10년 뒤면 그렇게 될거다 그러시는 거예요. 교수님이 하도 그러셔서 시험이라도 보자 하고 갔는데 덜컥 됐어요. 교수님께서 예언했던 10년이 사실은 한 20년 걸리더라고요."

 - 이념적으로 대칭에 있는 사람들하고도 두루 잘 어울리시는데.

 "아버님이 교육자셨는데 저에게 남겨주신 가훈 비슷한 게 `중용'이에요. KBS 사장 후보에서 사퇴할 때도 막판에 너무 KBS 사장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벌떡 들어서 제가 브레이크를 걸었죠 `이건 아니다. 중용의 도에서 벗어나는거다'라고 생각했죠.

 아까 PD 저널리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사실 PD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PD들이 비정상적으로 권력화돼 있어요.

 KBS 서울 본사에만 PD가 7백50명, 전체로는 1천명, 기자는 4백30명(전체 6백명)이에요. 외국은 기자와 PD 수가 보통 기자 2.5 대 1 아니면 3 대 1이에요. PD들이 많다보니까 시사투나잇 같은 프로그램 막 만들고 프로그램 하나에 PD가 8명씩 매달리고 그런거죠. 심지어 PD 특파원도 있잖아요. PD 특파원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해요. 지금 KBS는 PD 한 3백명 들어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방송개혁 1번이 PD 개혁이에요."

 - 서울대 출신들이 막판까지 재고 자기 희생이 없다는 비판이 많은데.

 "제가 KBS 사장 후보직 던지니까 고등학교 동창들이 저를 위해서 파티를 해주면서 `경기 출신이 자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좋았다' 그러면서 칭찬해 주더군요. 지금도 그렇게 후회는 안하고 잘한 것 같다 생각해요."

 - 앞으로는 부득이하게 정치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정치는 안 합니다. 이상하게 정치부를 오래하다 보니까 정치는 하고 싶지가 않아요. 정치인은 살아남으려면 3가지가 있어야 돼요. 하나는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돼요. 확실한 연고지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저는 불행히도 부모님이 다 서울이에요. 돈암동에 논두렁이 어디 있어요. 두 번째는 돈이 있어야돼요. 돈 없으면 치사해져요. 그것도 안되면 마지막이 정치 보스를 확실하게 붙들어야해요. 신발도 가슴에 품고 자고 그러잖아요. 제 성격상 절대 못하죠. 그러면 결국 언론인으로 어떻게 배지 달아본들 4년, 8년 하고 나면 끝나는거예요. 저도 내일 모레면 환갑인데 지금 나이에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할 필요 뭐 있어요."

 - 방송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하신다면.

 "지금 젊은이들한테 하고 싶은 직업 물으면 방송국이 거의 1, 2등 다퉈요. 기자냐 PD냐 탤런트냐 뭐하고 싶냐 물어보면 그냥 방송국이에요. 그런데 방송이라는 건 사회적 책임이 참 크단 말이에요. 방송인으로서의 책임감도 큰데 그런 부분은 별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들어와요. 특히 젊은 방송기자들은 왜 내가 마음대로 말을 못하느냐, 이건 언론자유 침해다 그래요. 저널리즘의 기초를 무시하는 발언이죠. 방송에서의 뉴스는 기자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가급적 객관적으로 던져주고 시청자들이 판단하는건데, 자기 주관을 전달하고 싶다는거죠. 방송기자나 PD, 저널리스트가 되려면 공적책임에 대한 확고한 윤리적인 무장이 돼야 해요. 준비가 안돼서 들어오면 자가당착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장시간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李五峰논설위원ㆍ정리=表智媛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