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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2008년 12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어려운 시절의 `인문학의 힘'



스위스 철학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悲觀主義者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비관주의는 삶을 우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즐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쇼펜하우어 같은 비관론자들은 고통에 빠져 있다고 느낀다면 아예 뒤집어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불행하다고 느낄 때 인생의 원래 계획에는 행복이란 게 절대로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큰 위안이 된다는 식이다.

 `(사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행복이란 게 살아생전에 꼭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가정과 그에 따른 행동이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관념은 잘못된 것이다. 세상을 고통으로 인식하면 많은 것들이 보인다. 막연한, 행복한, 기만적인 이미지들이 주는 환상이 벗겨지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고통을 지식으로 승화시키라"'(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중).

1996년 작고한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는 평생 `고통'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성찰했다.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침묵' `깊은 강' 등의 소설을 통해 신과 인간, 구원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작가는 실제 삶의 많은 부분을 病魔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었다. 3년이나 꼬박 누워지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유명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원으로 마음이 가득했던 시절,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병마는 큰 절망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생활의 손실로만 여겼던 그 시간들이 인생에서 얼마나 커다란 이익이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수술로 일곱 개의 늑골을 잃었고 한쪽 폐가 잘려 나갔지만 실제 얻은 것은 늑골이나 폐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 자체가 고통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즉 고통이라는 부정적 요인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것 중에 쓸모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긍정적인 실마리를 찾고 그 가능성을 발견해 구체화시킬 수만 있다면 과거의 손해도 언젠가는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시절이다. `고통을 지식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뜨거운 고통을 차가운 지식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뜻일 것이다. 요즘 같은 때에는 生老病死의 애환과 철학적 지혜에 버무려진 위대한 시와 소설 같은 고전들을 읽는 것도 고통을 지식으로 다스리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