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68호 2008년 11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나라가 위기일 때



 최근 고려대 교수 몇 분과 식사를 했다. 李明博정부의 `고소영 인사' 논란에 대해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 중에 고대 출신이 몇이나 되느냐. 결국 서울대 판 아니냐󰡓고 누군가 말했다.
 돌아보면 서울대 출신은 역대 어느 정부에나 많았다. `서울대 때리기'를 일삼았던 盧武鉉정권 아래서도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
 정부를 비롯한 정치․경제․사회․문화 각계에 동문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하등 잘못된 일이 아니다. 결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서울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50위권에 드는 대학이다.
 모교가 최우수 인재의 산실로 꾸준히 앞서 나간다면 국가사회에서 서울대 출신의 중추적 역할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 역할은 영광스럽지만 누구나 영광에 값하는 책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동시에 국내적인 금융․신뢰위기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11년 전의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정합성 있는 위기극복 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공표한 대책은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약속한 지원은 경제의 혈관, 시장 구석구석에 실제로 도달해야 한다. 처방전을 스스로 휴지로 만들어 버리는 정부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만 탓한다고 위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정책의 처리, 경제난 해소에 긴요한 입법, 위기극복형 예산 편성 등에서 정파적 정략을 넘어서야 한다.
 한국경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는 은행도, 기업도, 노동자도, 소비자도 각각 해야 할 일이 있다. 저마다 내 살 궁리만 해서는 경제 추락의 부메랑을 맞기 쉽다. 기업 노사는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 양면에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더 땀 흘려야 할 것이다. 일부 은행, 공기업, 대기업 노사가 보이고 있는 모럴 해저드는 사라져야 한다.
 소비자도 에너지 낭비, 과도한 수입 유발과 해외 소비를 절제해 국제수지 개선에 힘을 보태야 한다. 물론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솔선수범과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교육․의료ㆍ레저ㆍ관광 등 여러 서비스 분야에서 규제를 과감하게 풀면 내수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정부와 국민 각계의 경제난국 타개노력을 결집하는 데 있어서도 서울대 동문들의 리더십이 긴요하다. 동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하기를 소망한다.